[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전 세계 소비자들이 정치 및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컨퍼런스보드가 시장조사 기업 닐슨과 전 세계 64개국 3만2000명의 온라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동 집계한 소비자신뢰지수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들이 의류와 유흥비뿐 아니라 난방비와 전기 등 필수품목까지 거의 모든 부문의 지출을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쇼핑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1분기 글로벌 소비자신뢰지수는 106으로 전분기에 비해 1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신뢰지수는 각국 소비자들의 직업 전망과 재정상태, 구매성향 등을 조사한 결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과 구매 의사 등을 나타낸다.
지역별로 유럽과 남미 소비자들은 더욱 값 싼 주류와 식료품을 찾았고, 아시아 소비자들은 연간 휴가 비용을 줄였다.
응답자들은 향후 1년 간 경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데니스 달호프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연구원은 “특히 북미와 유럽에서 무역협상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허 말과 행동 등으로 인해 소비지출이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트 반 아크 컨퍼런스보드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적으로 신뢰지수가 높지만, 각 지역마다 소비자들의 올해 경제 전망이 다르다”며 “글로벌 소비자들의 과반수는 향후 1년 간 경제 여건이 나아지리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지출 위축 상황이 일부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달호프 연구원이 지적했다. 예를 들어 중저가 상품에 주력하는 소매업체인 TJ맥스나 벌링턴코트팩토리는 지난 경기침체 당시 오히려 성장했으며, 할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또한 소매시장 분석업체인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환경 문제에 민감하고 돈을 절약하고자 하는 젊은층 소비자들이 중고 의류 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 240억달러(약 27조3120억원) 규모의 중고 의류 시장 규모가 향후 5년 동안 두 배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달호프 연구원은 “소비자들은 가치나 이득이 있다면 지출을 꺼리지 않는다”며 “중고 의류 시장과 저렴한 가격의 자사 브랜드(PB)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번 서베이에 따르면, 1분기 미국 소비자신뢰도는 변화가 없었으나 유럽은 2017년 말 고점을 찍은 후 하락하고 있다. 소비자신뢰도가 가장 낮은 나라는 한국과 러시아, 이탈리아였다.
하지만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몇몇 아시아태평양 신흥국의 신뢰도는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소비지출이 줄고 있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소비자들이 지출을 억제하고 있지만 직업 전망과 가계 재정 전망은 낙관적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0%가 고용 상황이 ‘훌륭하다’ 또는 ‘좋다’고 답했으며, 가계재정 전망이 양호한다고 답한 비율도 63%에 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대형 마트 프랜차이즈 랄프스에서 장 보는 여성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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