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시아권 컨테이너 2,3위 선사간 통합
중소 해운사들, 역내 노선 중복·유류비 상승에 경영난 가중
정부 주도 해운 재건 프로젝트 일환…자발적 통합 계기 기대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국내에서 아시아권 컨테이너 2, 3위 선사인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11일 통합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아시아 역내에서 노선 중복과 유류비 증가로 경영이 점점 악화된데 따른 조치다. 해운업계에선 향후 경영난에 시달리는 국내 중소 해운사들의 구조조정 및 통폐합에 자극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인트라아시아(Intra-Asia) 컨테이너 선사인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컨테이너사업의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트라아시아는 한-중-일, 동남아 등 아시아 역내 항로만을 운영하는 해운서비스 시장을 뜻한다.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은 오는 15일부터 사전 운영 협력체계를 가동키로 했다. 사무실을 전면 통합하고 항로 공동 운영, 전산시스템 통합 등 실질적인 통합법인 운영에 착수할 예정이며, 오는 10월 통합법인 설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두 회사간 합병이 마무리되면 선복량 약 9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국내 3위, 세계 19위의 세계적인 중형 컨테이너선사가 탄생하게 된다.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은 연 매출 8000억~9000억원대의 중견 선사다. 아시아권 컨테이너 1위 선사는 고려해운으로 매출 1조5000억원 규모다.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3월 기준 장금상선 선복량(적재용량)은 5만426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세계 25위고, 흥아해운 선복량은 4만5686TEU로 세계 29위다.
컨테이너선 [사진=현대상선] |
해운업계에서는 정부가 한국해운연합(KSP)에서 활동하는 근해 선사가 너무 많다며, 자발적 구조조정을 요청하자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화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통폐합이나 구조조정을 통해 해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일환으로 보고 있다"며 "중소 선사들간 통폐합은 장기적으로 한국 해운 경쟁력 강화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7년 한진해운 파산이후 국내 해운업계는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해운연합(Korea Shipping Partnership·KSP)을 출범시켰다. KSP에 가입한 국내 선사는 현대상선, SM상선을 포함 고려해운, 남성해운, 동영해운, 동진상선, 두우해운, 범주해운, 장금상선, 천경해운, 태영상선, 팬오션, 한성라인, 흥아해운 등 14개 선사다.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은 합병을 마무리한 뒤 근해선사를 추가로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산업 연구실장은 "(두 회사간 합병으로) 해운산업 전체적으로 선복량이 늘어나거나 비용 경쟁력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두 회사 입장에서 보면 항로 중복을 막고 인력 통폐합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합병으로 실적이 개선되거나 성과가 좋아지면 다른 중소 해운회사들한테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트라 시장은 중소 선사들이 단독으로 헤쳐 나가기 점점더 쉽지 않은 상황으로 몰릴 것"이라며 "그럼에도 중소 해운사 오너들은 소유권에 집착하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장금과 흥아의 합병은 이례적이고, 자발적 합병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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