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판 절반으로 줄인 위메프, 손실 감소폭 미미
매출 적자 동시에 늘고 있는 쿠팡, 공격 경영
재무구조 악화된 티몬, 성공방정식 찾기 난항
[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쿠팡·위메프·티몬 등 소셜커머스 태생의 이커머스 3사가 지난해에도 적자 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성적표를 공개한 위메프는 영업손실 규모를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흑자전환의 신호탄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위메프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90억원으로 전년대비 6.4% 감소했다. 당기순손실도 441억원으로 전년대비 7.3% 줄었다.
같은 기간 거래액도 28.6% 증가한 5조4000억원을 거뒀다. 타임세일·반값특가 등 특가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고객들이 몰렸다. 다만 외형 성장세는 잠시 주춤했다. 해마다 증가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4294억원으로 9.2% 감소하며 한풀 꺾였다.
◆ 위메프, 직매입 절반 줄이고도 수익성 개선 부족
매출 규모가 줄어든 것은 위메프의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위메프는 직매입 사업 대신 수수료 마진을 남기는 위탁판매에 주력하기로 사업 노선을 정리했다. 로켓배송이나 슈퍼마트 등 직매입 구조 사업을 강화하는 쿠팡, 티몬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위메프는 직매입 사업에서 절감한 비용을 가격 경쟁력에 재투자한다면 더 많은 고정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빠른배송이나 신선식품 배송을 위한 직매입 사업은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이 요구되는 단점이 있다.
비록 위탁판매(판매수수료 매출)는 회계상 매출 증대 효과가 직매입 판매(상품매출)보다 떨어지지만 단기간 수익성 개선에는 더욱 효과적이다. 게다가 위탁판매를 통해 치솟는 거래액은 이커머스 업체의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다.
(좌측부터) 김범석 쿠팡 대표, 박은상 위메프 대표, 이재후 티몬 대표[사진=각 사] |
그러나 아직 위메프의 승부수가 완벽히 성공했다고 보기엔 이른 감이 있다. 직매입 사업 규모를 절반으로 줄였음에도 수익성 개선 효과가 기대보다 미비했기 때문이다.
위메프는 ‘낭비없는 성장’을 내세워 지난해 소셜 태생 3사 중 최초로 턴어라운드를 일궈내겠다는 목표를 세운바 있다. 이를 위해 신선식품 서비스인 ‘신선생’을 종료하고 ‘원더배송’도 대폭 감축하는 등 직매입 사업을 차근차근 정리하며 사업 효율화를 꾀했다.
그러나 유통 대기업의 이커머스 시장 참전과 쿠팡 등 경쟁사의 공격적인 투자로 흑자전환 목표를 한박자 늦추고 당분간 거래액 성장에 집중하기로 방향타를 틀었다.
그 결과 지난해 수익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내심 흑자전환을 꾀했던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017년 적자폭을 34.4%나 줄였지만 지난해에는 고작 6.4% 줄이는데 그쳤다. 영업손실율도 8.8%에서 9.0%로 다시 늘어났다.
무엇보다 과도한 특가 마케팅으로 판매촉진비와 광고선전비가 대폭으로 늘어나며 판관비도 급증했다. 지난해 위메프는 판관비로 3490억원을 사용했다. 전년대비 22.7%나 불어난 수치다. 물론 포괄임금제 폐지에 따라 인건비가 340억원 이상 늘었지만 판촉·광고비도 그만큼 증가했다.
기말 현금보유액도 1902억원으로 전년보다 6.6% 감소했다. 특히 2017년에는 기초 대비 기말 현금이 600억원 증가했지만 지난해에는 오히려 130억원 감소하면서 현금흐름이 악화됐다.
◆ '계획된 적자'.. 공격적 투자 감행하는 쿠팡
그나마 위메프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실적 발표를 앞둔 쿠팡과 티몬의 경우 수익성 측면에선 낙제점에 가까울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액은 5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손실은 8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이 전년대비 80% 가까이 증가하지만 적자폭도 덩달아 25% 늘어나는 수치다. 이 경우 매출과 적자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하게 된다.
[사진=각 사 BI] |
쿠팡은 여전히 ‘계획된 적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늘어나는 적자 규모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겠다는 경영기조다. 지난해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단순한 허언이 아님을 증명해냈다.
그러나 해마다 커지는 적자 규모는 시장 전반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2015년부터 3년간 쿠팡의 누적 적자는 1조751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를 포함하면 2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천문학적인 적자를 감수한 승자독식 게임은 가뜩이나 허약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잠재적 위험요소로 자리 잡았다. 장사가 잘 되도 돈은 못 버는 기형적인 사업구조가 언제까지 유지될 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쿠팡의 2017년 영업손실율은 23.8%에 달한다. 이제는 어느정도 규모의 경제와 사업의 효율성이 갖춰졌음을 영업손실율 감소로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 재무구조 개선 시급한 티몬, 성공방정식 찾기 난항
티몬 역시 지난해 매출과 거래액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적자규모는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측된다. 티몬은 2017년 영업손실이 1152억원으로 전년대비 적자폭을 27.1%나 줄이며 내실 경영에 초점을 맞추는 듯 보였다. 오는 2020년을 흑자전환 목표로도 삼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재작년 수준의 수익성 개선에는 실패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티몬 역시 시장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타임세일 등 마케팅 비용을 크게 늘렸고,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직매입 사업인 ‘슈퍼마트’와 ‘티몬프레시’ 등을 전략적으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무구조 개선은 티몬이 가장 시급하다. 지난 8년간 누적적자만 6522억원에 달하며 자본잠식 상태도 이어지고 있다. 영업손실율은 32.3%로 소셜 태생 3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사마다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성공 방정식을 찾고 있다”면서 “특히 재작년까지만 해도 내실 다지기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지난해에는 오히려 공격적인 마케팅이 대세를 이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최후의 승자가 되면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지만, 천문학적인 적자를 등에 업고 달리는 치킨게임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