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보고된 시설들이지만 요구하는 수준이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워"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은 미국이 막판에 제시한 핵시설 리스트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문가를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북한 전문가인 장롄구이(張璉瑰)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지난 24일 베이징(北京)에서 진행된 북한과 관련된 포럼에서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미국이 공개된 적 없는 새로운 핵 시설 리스트를 내놓자 김정은 위원장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장롄구이 교수는 "미국 측이 '숨겨진' 핵 시설 명단을 제시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충격을 받은 것은 미국이 (핵 관련) 지하 시설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곳들은 이미 다수의 미 싱크탱크에 의해 보고된 곳들이다"라고 말했다. 교수는 그러면서 미국이 핵 시설 리스트를 공개했을 때 "(북한이) 회담에서 기대했던 것들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놀란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롄구이 교수는 그러면서 "(미국의) 새로운 요구 사항은 지난 1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스탠포드대학교 강연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언급한 요구 수준을 넘어 섰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노이 정상회담 이전의 트럼프 대통령의 "가식적인 태도는 미국이 북한의 핵 시설을 파악하는데 어떠한 기술적인 문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향후 북미 회담과 관련해 대해서 교수는 "협상에서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을 비롯한 모든 것을 다뤄야한다"며 "이제부터 협상에서 (양측이) 반드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로 인해 협상의 난이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장롄구이 교수는 비핵화 협상 중단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강경 발언은 여러 반응을 보기 위한 "발롱데세(여론 동향을 탐색하기 위해 시험적으로 의견이나 정보를 흘리는 것)"일뿐이라며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앞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지난 15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미국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하거나 이러한 협상에 응할 의사가 없다"면서 비핵화 협상을 지속할 것인지 그 여부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만찬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찬 중 웃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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