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 동문 초청 비공개 강연서 밝혀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개념 대단히 달랐다”
“北, 실무협상서 비핵화 얘기도 못 꺼내게 해”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지난달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은 북한이 괌, 하와이 등 미국 내 전략자산을 없애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외교가에 따르면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지난 20일 서울에서 열린 스탠퍼드대 동문 초청 비공개 강연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만찬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찬 중 웃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김 전 센터장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참여했던 인물이다. 미국 내에선 대북외교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지난 1월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둔 시점 퇴임했다. 한국어에 유창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속내에 분석하는 데서 능력을 발휘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할 때 수차례 동행하고 통역까지 맡은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과의 교분도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센터장은 “북미 간 비핵화 개념에 대해 생각이 대단히 달랐고, 특히 북한이 미국 내 전략자산 제거를 요구했기 때문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늘의 요새’(Stratofortress)로 불리는 미국의 B-52 폭격기 2대가 지난 18일 괌에 있는 엔더슨 공군기지에서 발진해 캄차카 반도 동쪽 지역까지 비행 후 복귀했다.[사진=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홈페이지 캡처] |
김 전 센터장은 또 “북한은 1차 북미정상회담 때부터 B-2 폭격기를 비롯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반대했고 심지어 이들 전략자산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김 전 센터장은 그러면서 “북측은 미국이 비핵화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김혁철 대북특별대표가 나서서 ‘김 위원장이 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해 비핵화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며 “김혁철 대표가 ‘영변 외 핵시설은 나도 처음 듣는 얘기’라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김 전 센터장과 면담을 하고 한미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보도와 관련해 김의겸 대변인은 “국가안보실은 일상적으로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다양하게 듣고 있다”고 밝혔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