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우싱궈 연출, 린슈웨이 안무가와 국립창극단의 협업
경극의 시각적 요소와 창극의 청각적 요소가 만나 시너지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중국의 전통예술 경극과 한국의 전통예술 창극이 만나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까.
창극 '패왕별희' 제작발표회 [사진=국립창극단] |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에서 국립창극단의 창극 '패왕별희' 제작발표회가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창작진과 배우들은 입을 모아 "양국의 문화가 만나는 것에 의의가 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창극 '패왕별희'는 국립창극단이 대만 배우 겸 연출가 우싱궈와 제작한 신작이다. 평생 경극을 수련한 우싱궈와 판소리를 익힌 국립창극단 배우들이 창극에서 만나 창조적 에너지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전통도 품을 수 있는 창극의 가능성도 제시한다.
김철호 국립극장장은 "국립극장 국립창극단이 현대적 양식과 결합된 새로운 스타일을 많이 시도해왔다. '패왕별희'는 2년여 전부터 준비해온 작품이다. 아시아에서 공유하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국과 대만의 스태프가 협업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이 선례가 돼 전통 창극이 타국 예술과 결합, 세계로 창극을 넓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오늘의 창작이 내일의 전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싱궈는 11세부터 경극을 배웠다. 대만 최고의 무용단 클라우드 게이트에서 무용수로도 활동했다. 1986년 동료 배우들과 대만당대전기극장을 창설, 경극과 서양 고전을 접목한 공연을 연출해왔다. 변화를 모색하는 예술 활동이 전통을 배격한다며 경극계의 오해도 샀지만, 그의 작품은 장이머우(장예모)·쉬커(서극) 등 동료 예술가들의 신뢰와 관객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연출가 우싱궈는 "영광스러운 일이면서 큰 압박도 받고 있다. 역사가 만나는 만큼, 현대와 전통이 결합하고 현 시대에 맞게 콘셉트를 잡아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 모든 전통 문화가 위기 의식이 있다. 전통이 현대와 융합할 때 가치가 더 있다"며 "한국의 전통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세계 관객들도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싱궈 연출가(왼), 린슈웨이 극본/안무가 [사진=국립창극단] |
창극 '패왕별희'는 동명의 경극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의 서사를 따라가되, 춘추전국시대 초패왕 항우와 한황제 유방의 대립, 항우가 패하고 연인 우희와 이별하는 이야기 등을 담았다.
극작과 안무를 맡은 린슈웨이는 "한국에서 떠올리는 장국영의 동명 영화와 완전히 다르다. 영화는 문화대혁명 당시 정치와 사랑이야기를 그린다. 어떡하면 이 전설적 작품을 깨고, 전통적 작품을 현대에 올릴 수 있을지 고민이다. 목표는 관객들이 감동을 느끼고 '우희'와 '항우'라는 인물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5~7년간 이어진 초한전쟁을 2시간 공연으로 펼쳐내기는 어려움이 많다. 회상 신을 통해 시대적 배경을 담으려고 했다. 1부에서는 정치적인 권력 싸움을 그린다면, 2부에서는 항우와 우희의 사랑이야기가 주가 된다. '오강'이라는 추상적 강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세계가 펼쳐지는데, 이것이 남북한 혹은 중국의 본토와 대만까지도 상징할 수 있다. 공간적 단절이 있지만 사랑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창극 '홍보씨' '시'의 작창과 음악감독, 신창극시리즈1 '소녀가'의 연출을 맡은 소리꾼 이자람이 창극단과 의기투합해 다시 한번 작창·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기본적인 창극과 달리 경극의 손짓, 몸짓 등 표현법을 함께 전달해야 하기에 다른 결의 음악이 탄생했다.
이자람 음악감독은 "처음 경극을 만났을 때 너무 낯설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번 보니 경극이 가진 응집의 미학과 멋이 있었다. 이를 어떻게 객석에 잘 전달할까 고민이 컸다. 경극과 창극이 만났을 때 음악의 역할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적벽가' '수궁가' '춘향가' 등 여러 소리를 레퍼런스로 잡고 작창했다"며 "연습실에서 배우들의 경극 움직임과 작창하는 모습을 봤는데, 희망이 보이더라. 시너지가 생겼다"고 밝혀 기대감을 높였다.
창극단의 배우들은 평소 소리만 하던 때와 달리 경극의 움직임을 배워야 하는 고충을 털어놨다. 동시에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기대감도 전했다. '항우' 역은 정보권(객원), '우희' 역은 김준수, 책사 '범증' 역은 허종열, 한나라 황제 '유방' 역은 윤석안, 그의 부인 '여치' 역은 이연주, 책사 '장량'은 유태평양이 맡는다. 항우의 영웅성과 비극적 결말을 외부 상황에서 논평하는 '맹인노파' 역은 김금미가 맡는다. 이 역할은 창극의 도창에 해당한다.
창극 '패왕별희' 포스터 [사진=국립창극단] |
허종열은 "단원들에게 새롭고 큰 도전이다. 창극과 경극이 잘 어울릴까 걱정도 됐는데, 새로운 대박이 터질 것 같은 설렘과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윤석안은 "경극의 손동작, 시선처리, 우리의 부드러운 선율과 달리 절도 있는 부분들이 많이 어려웠다. 특히 평소에 몸을 많이 쓰지 않아 더 힘들었다. 연습을 하면서 창극도 뭔가 적립할 부분이 많은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연주는 "이번 작업으로 경극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경극은 손짓과 몸짓 하나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 반면 판소리는 말로서 온 세상을 표현할 수 있다. 중국과 한국의 전통 예술이 만나 어떤 케미를 이뤄낼 수 있을까 궁금하다. 기대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창극 '패왕별희'는 시각 중심의 경극과 청각 중심인 창극의 각 강점을 융합해 미학적으로 구현하고자 한다. 우싱궈 연출은 "판소리를 유지한 채로 더 풍성하게 만들고자 한다. 소리에 치중되던 창극에 경극의 시각이 더해지면서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창극 '패왕별희는 오는 4월 5일부터 1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