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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원작 공연들의 러시…한국과 왜 잘 맞을까

기사입력 : 2019년03월11일 16:41

최종수정 : 2019년03월11일 17:04

뮤지컬 '킹아더', 댄서와 싱어 나뉜 화려한 무대 차별점
연극 '대학살의 신' '앙리할아버지와 나' 공감 메시지 전해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최근 국내 공연계에 프랑스발(發) 작품 다수가 무대에 오르고 있다. 현재 공연 중인 연극 '자기 앞의 생' '대학살의 신'과 개막을 앞둔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 뮤지컬 '킹아더'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익숙한 미국의 브로드웨이와 영국의 웨스트엔드 작품이 아니지만, 프랑스만의 매력과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로 관객과 마주하고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왼), '킹아더' 포스터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알앤디웍스]

사실 프랑스 작품은 우리에게 그렇게 낯선 존재는 아니다. 지난해 한국어 버전 10주년 공연을 성료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있기 때문.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성당들의 시대' 등 뮤지컬을 모르는 사람도 알만한 유명한 넘버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지난해 누적 관객 130만명을 기록했을 정도다.

오는 14일 개막을 앞둔 뮤지컬 '킹아더'(~6/2, 충무아트센터 대극장)는 프랑스 뮤지컬 '아더왕의 전설(La legende du roi arthur)'이 원작이다. 전설적인 영웅으로 오랜 기간 다양한 콘텐츠로 변주돼 우리에게도 익숙한 아더왕의 이야기다. 혼란스러운 시대, 우연히 바위에 박힌 엑스칼리버를 뽑은 아더가 왕으로 즉위한 뒷이야기를 다룬다.

배우가 노래와 춤, 연기 모두를 하는 일반적인 뮤지컬과 달리 프랑스 뮤지컬은 아크로바틱이 바탕이 된 파워풀한 군무와 화려한 무대를 위해 그 경계를 확실히 한다. 뮤지컬 '킹아더' 측은 "국내에 소개되는 프랑스 뮤지컬에 국한했을 때, '노트르담 드 파리' '킹아더' 모두 싱어와 댄서의 경계가 확실하다. 특히 댄서인 앙상블의 역할이 굉장히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연극 '대학살의 신' 포스터 [사진=신시컴퍼니]

반면 연극의 경우, 매우 현실적이고 누구나 공감 가능한 보편적 스토리가 대다수다. 여기에 프랑스 특유의 말맛을 살린 대사가 특징이다. 유럽 스타일의 블랙코미디가 내포돼 지루할 틈이 없다.

현재 공연 중인 연극 '대학살의 신'(~3/24,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은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으로, 11세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앞니가 부러진 사건으로 막이 오른다. 아이들 탓에 마주한 두 부부가 교양있던 첫 모습과 달리 유치 찬란한 설전을 펼치는 내용이 재미있다. 2010년 초연돼 네 번째 시즌을 맞았으며, 2017년 재공연 당시 객석점유율 96%를 기록할 만큼 흥행했다. 이번 공연 역시 객석점유율 95.4%(2/16~3/10 기준)를 기록 중이다.

'대학살의 신' 김태훈 연출은 "주로 인간의 심리와 내면, 인간 관계나 갈등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변화 등 인간 본성을 다룬다. '대학살의 신'에서 아이들 싸움이 결국 어른 싸움으로 번지는 상황은 지금을 사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자주 접하는 내용이다. 작품 속 네 캐릭터는 우리 주변에 꼭 있음직한 유형의 인물이기도 하고, 어쩌면 우리 모습일수도 있어 한국 관객에게도 공감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왼), '자기 앞의 생' 포스터 [사진=파크컴퍼니, 국립극단]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3/15~5/12, 유니플렉스 1관) 또한 프랑스 극작가 이방 칼베락의 작품이다. 까칠한 앙리 할아버지와 꿈을 찾아 방황하는 대학생 콘스탄스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돼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2017년 국내 초연해 소극장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유료 객석 점유율 92%를 기록했다. 이해제 연출은 초연 당시 "작업을 하다보니 프랑스나 우리나 사는 모습이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가족이라는 게 다 똑같더라"고 말한 바 있다.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프랑스 공쿠르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로맹 가리(필명 에밀 아자르)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연극 '자기 앞의 생'(~3/23, 명동예술극장)도 눈에 띈다. 이 작품은 프랑스 작가 겸 배우 자비에 제이야르의 각색을 통해 2007년 초연됐다. 국립극단을 통해 국내 처음 소개되는 연극으로, 부모가 누군지 모르는 아랍게 소년 '모모'와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거둬 키우는 유대인 보모 '로자'를 통해 인간애를 되새긴다.

연출을 맡은 박혜선은 "번역극을 하는 연출자들이라면 다양한 문화권에 대한 인지가 쉽지 않아 관객들이 얼마나 잘 이해할까 고민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즘에는 외국에 다녀온 분들도 많고 간접적으로 다른 문화권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며 "프랑스 작품 자체가 철학, 인생, 우주, 사회, 정치, 경제 등을 다루는데 이를 인물들의 토론, 말로 푸는 지점이 많다. 이를 아이의 언어로 쉽게 구현하면서 관객들은 편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연평론가로 활동 중인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프랑스의 어원은 굉장히 함축적이고 상징적이다. 그래서 영어로 번역하면 되게 재미가 없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이런 언어가 갖고 있는 배경에서 보면 영미권식 스토리텔링도 좋지만 시적이고 함축적인 이야기를 즐긴다. 이런 형식을 통한 프랑스 작품의 인문학적 향취가 한국 관객들에게 굉장히 지적인 자극을 준다. 이게 프랑스 작품이 영미권보다 한국에서 오히려 인기를 누리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hsj12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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