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바라는 건 하나다. 부자가 되는 것. 꿈을 이루기 위해 여의도 증권가로 향했다. 학연, 지연, 혈연 뭐 하나 내세울 게 없어 코스피 전 종목을 달달 외웠다. 덕분에 업계 1위 동명증권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 없다. 열 달째 실적 '제로'. 코스피 종목 대신 선배들 배달 음식 메뉴나 외우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클릭 한 방에 일확천금할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청춘의 아이콘’ 류준열(33)이 이번엔 야망으로 가득 찬 사회 초년생이 돼 돌아왔다. 신작 ‘돈’을 통해서다. 장현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부자가 되고 싶던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이 베일에 싸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를 만난 후 거액을 건 작전에 휘말리면는 과정을 그렸다. 류준열은 극중 조일현을 열연했다.
“처음 시나리오 읽고 액션 없는 액션 영화 같았어요. 그러면서 이게 어떻게 표현될까 너무 궁금했죠. 연기하면서는 얼굴 모습, 감정선에 중점을 뒀어요. 외적 변화는 지금까지 비슷한 영화에서 많이 보여줬으니 감정 변화에 집중하고 싶었죠. 그중에서도 눈빛에 신경을 썼어요. 눈에 다양한 감정을 담으려고 했죠.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건 시간이었고요. 특별한 준비 없이 순서대로 찍으면서 감정을 쌓아갔어요. 어떻게 보면 무책임할 수 있지만 더 솔직하게 표현할 방법이었죠.”
감정선 변화는 시간의 흐름에 맡겼지만, 그 외 준비는 누구보다 철저히 했다. 특히 부족했던 주식, 증권 관련 지식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공부했다.
“증권사도 가보고 주식 브로커도 만나면서 여러 정보를 수집했어요. 근데 공부할수록 (관객에게는) 보여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정보가 많이 들어갈수록 어려운 영화가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많이 공부하되 관객은 쉽게 볼 수 있게 만들자고 이야기를 나눴죠. 돈에 관한 메시지를 주기에 주식 시장, 증권가는 훌륭한 도구지만 말 그대로 도구일 뿐. 영화는 돈만 안다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준비 과정에서 모처럼 현금도 인출했다. 류준열은 조일현의 내면, 그리고 돈이란 키워드에 더 가깝고 깊게 들어가기 위해 10원부터 5만원권까지 종류별로 현금을 뽑았다.
“요즘 현찰을 잘 안써서 오랜만에 돈을 현물로 보고 싶었어요. 그러고 그 돈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계속 조일현과 대화했죠. 다른 나라만 가도 의미가 없어지는 이 종이가 뭐라고 사람들이 이렇게 목을 매고 울고 웃을까 싶었어요. 그러면서 돈이란 게 정말 어렵고, 또 개인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독특한 거란 생각을 했죠. 이 과정이 별거 아닌 듯하지만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그러면서 제가 느낀 이 감정이 영화에 담겨 전달됐으면 했죠.”
그렇다면 지금 류준열에게 돈은 어떤 의미일까. 이 영화를 찍고 혹시 돈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과 생각에 변화가 생겼을지도 궁금했다.
“똑같아요. 전 예전부터 돈에 신경을 많이 안쓰려고 했죠. 가훈이 ‘분수대로 살자’이기도 하고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돈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굶는 스타일이었어요. 지금도 인생의 최우선 목표가 돈은 아니길 늘 바라요. 사실 돈은 인생의 전부가, 최우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만큼 성인군자는 못돼요. 다만 적어도 돈이 최우선이 돼서는 안된다는 마음은 되새기려 해요. 그렇게 리마인드하면서 꾸준히 걸었으면 하죠. 조일현도 저도.”
류준열은 ‘돈’으로 얻은 게 또 하나 있다고 했다. 연기를 즐기는 법이다. 그는 “역할이나 배역의 경중보다는 영화 ‘맛’을 알게 된 작품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배역이 무겁기도 했지만,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작품이라 의미가 남달라요. 뭐랄까 상황을 즐기게 된 듯해요. 잘 나오면 좋고 안나오면 아쉬운, 그 상태를 그대로 즐기자고 느꼈죠. 그게 쌓여 추억이 되고 재미가 되고 배우가 되는 듯해요. 가끔 선배들께 여쭤보면 ‘영화? 끝나고 다 같이 소주 한잔하는 맛이지’라고 하시는데 그걸 느끼게 된 거죠. 그 덕에 ‘돈’ 이후에 찍은 작품들은 더 신나게 찍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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