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언 청문회' 등 美 국내 정치적 상황으로 美가 판 깬듯
정세현 "볼턴에 악역 맡겨"…전문가 "계획된 판깨기 전략"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아무런 합의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던 미국이 다시 북한에 협상 재개를 제안하고 나섰다.
미국 측의 빠른 대화 의지로 미루어 볼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언 청문회'로 인한 미국 내 정치적 상황 때문에 하노이 회담의 판을 깬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수 주 내로 미국 협상팀을 평양으로 파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록 지난 하노이회담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지만 다시 돌아갈 것을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트위터를 통해 코언 청문회를 강하게 비판하며 이것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은 북한과의 아주 중요한 핵 정상회담과 동시에 공개 청문회를 열어, 유죄를 선고받은 거짓말쟁이이자 사기꾼인 코언을 인터뷰함으로써 미국 정치에서 새로운 저점을 찍었다"며 "이것이 (내가) 걸어나온 것에 기여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역시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원인이 미국 국내 정치적 상황에 있다는 해석에 힘을 실었다.
정 전 장관은 5일 전문가 간담회에서 "일이 이렇게 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언 청문회 얘기를 덮으려 했기 때문"이라며 "김 위원장과 만찬을 하면서도 관련 보고를 받았고, 밤 사이 심경이 변해 '들고 가봐야 소용 없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을 실행하는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악역을 맡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노이 로이터=뉴스핌] 권지언 기자 = 28일(현지시각) 2차 북미 정상회담 확대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 측에서는 (왼쪽부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통역관, 미크 멀바니 백악관 참모 총장이 차례대로 앉아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19.02.28 |
그는 "확대정상회담으로 넘어가는 장면을 보니 난데없이 볼턴이 앉아 있었다"며 “실무회담에서 만들어진 합의문 초안을 자신들이 깨는 식으로 할 수 없으니 볼턴에게 악역을 맡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이번 회담 결렬이 미국 측의 '판깨기' 협상전략이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어야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번에 미국이 판을 깬 것은 즉흥적 판단이 아니라 협상 전략 차원에서 계획된 것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