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최대 열흘간 북한 떠나...北 최고 지도자 사상 최장 외유
전문가 “金, 군부 장악 후 자신감…오래 자리 비워도 문제 없다는 방증”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미정상회담이 27일 열리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을 비우는 동안 북한 군 내부 동향 및 대리통치자에 대해 국제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전용 특별열차인 ‘1호 열차’를 타고 평양에 출발, 26일 오전 8시 15분께(이하 현지시간)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 3시간 뒤 하노이 숙소인 멜리아 호텔로 입성했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도쿄에 위치한 한 전광판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도착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 앞으로 남자들이 기타를 치고 있다. 2019.02.26 |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중국 단둥 등을 거쳐 하노이에 오는 데 걸린 시간은 2박 3일이다. 돌아가는 데도 똑같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간주하면 이동에만 6일 가량을 쓰는 셈이다.
여기에 정상회담이 열리는 27~28일을 포함해 약 3박 4일간 하노이에 머물게 되는 것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은 약 10일 동안 북한을 비우게 된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이 정도로 오래 자리를 비운 것은 사상 최초다.
이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집권 초기 공포정치를 통해 권력 기반을 잘 닦아 놨다는 방증인 것과 동시에 자신이 오래 자리를 비워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했다고 지난 24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에 탑승해 환송 인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
◆ 신인균 “金, 하노이 갈 때 대대적 선전…오래 자리 비워도 문제없다는 것 과시”
“최근 軍 장성 인사서도 고위급 인사는 안 해…안정적 군부 장악했단 의미”
국방‧안보 전문가인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김 위원장이 10일 동안이나 북한을 비울 수 있는 것은 그가 완전히 북한군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김 위원장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북한 군 내에서 동요가 일지는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위원장이 기차를 타고 평양을 출발할 때 ‘내가 열흘 간 (평양에) 없다’고 대대적으로 선전을 하지 않았느냐”며 “이는 스스로 권력 장악력에서 자신이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23일 평양시를 떠나 하노이로 출발한 직후, 북한의 매체들은 앞다퉈 김 위원장 출발 소식을 전했다. 북한 매체들이 최고 지도자의 동향을 당일 곧바로 보도한 데 대해 외교가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는데, 이것 역시 김 위원장이 권력을 안정적으로 장악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함이라는 게 신 대표의 입장이다.
신 대표는 이어 “또 김 위원장이 하노이 방문 직전 장성급 승진 인사를 단행한 것을 보면 별 2개 이상 고위급 장성들에 대해서는 자리를 유지토록 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만일 그들과 마음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면 바꿨을 텐데, 그러지 않은 것은 현재 세팅돼 있는(자리를 지키고 있는) 군부는 김 위원장 자신에게 충성심을 바치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에 도착하기 약 일주일 전, 부친인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광명성절‧2월 16일)을 맞아 군 장성급 27명을 승진시켰다.
그런데 승진 인사의 면면을 보면 중장급(우리나라의 소장에 해당) 인사 3명, 소장급(우리나라의 준장에 해당) 인사 27명 등 고위급 장성 인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때문에 김 위원장이 현재 군을 장악하고 있는 고위급 간부들과 생각을 공유하며 이들을 통해 북한군을 안정적으로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신 대표는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제71주년 건군절을 맞이해 조선인민군 전체 대연합부대, 연합부대장들과 함께 경축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
◆ “집단지도체제에 의한 대리통치 가능성 낮아…北 간부‧주민들, 조용히 자기 자리 지킬 것”
신 대표는 그러나 일각에서 ‘최룡해 등에 의해 대리통치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내놓는 것에 대해선 “북한에서 일어날 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집단지도체제설(設)’에 대해선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 대표는 “북한은 지금까지 김 위원장 등 최고 지도자가 없을 때 최고 지도자가 주재했던 회의를 연 적이 없다”며 “(최고지도자가 없을 때) 회의를 하려면 회의를 대신 주재할 의장 역할을 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에서 누가 최고 지도자의 역할을 대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신 대표는 이어 “그저 북한에 남은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평소 하던 일을 그대로 할 것”이라며 “보위사령부 등을 통해 서로 감시를 한다든가, 그 정도만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그러면서 ‘김 위원장 부재 시 그의 측근 집단이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대리 통치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는 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