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주목 받는 베트남, 韓 영화 열풍
1990년대 베트남 영화 국내서 인기…'씨클로' 대표적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최근 베트남에서는 한국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원 콘텐츠는 물론, 현지 색으로 리메이크된 작품이 줄줄이 개봉해 극장가 박스오피스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25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을 만날 수도 있다.
[사진=베트남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왼쪽)와 '씨클로' 포스터] |
지금은 베트남에 해외 영화가 들어오고 주요 관객인 1030세대의 관심이 코미디·로맨스로 옮겨갔지만, 과거 베트남 영화들은 주로 역사를 다루거나 사회 문제를 풍자했다. 한국에서 인기를 끈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작품이 1993년작 ‘그린 파파야 향기’(The scent of green papaya)다. 이 영화는 혼란의 시기인 1951년 베트남 사이공을 배경으로 한다. 한 소녀가 부잣집 하녀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부잣집 종으로 들어간 어린 무이, 첫눈에 반한 남자의 집 종으로 들어가는 어른 무이의 스토리가 나뉘어 펼쳐진다. 주인공 무이를 비롯해 주인집 마님, 노마님 등 여성 캐릭터들을 통해 당시 베트남 여성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린 파파야 향기’는 뛰어난 영상미와 사운드로 주목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제4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다. 제66회 아카데미시상식 최우수외국어영화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국내에서는 1994년 7월 개봉했다.
양조위가 출연했던 1995년작 ‘씨클로’(Cyclo)도 베트남 대표영화로 손꼽힌다. 근대 베트남이 배경으로 제목인 씨클로는 자전거처럼 페달을 밟아 운행하는 베트남식 택시다.
영화의 주인공은 아버지가 죽은 후 호치민에서 씨클로를 몰며 할아버지, 누나, 여동생의 생계를 책임지는 18세 소년이다. 그가 생계수단인 씨클로를 잃어버리고 범죄세계로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씨클로’는 제5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과 비평가상을 동시에 받으며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정작 베트남에서는 상영 금지 조치를 당한 비운의 작품이다. 베트남의 어두운 현실을 지나치게 적나라하고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였다.
국내에서 1996년 4월 개봉한 이 영화는 마니아 사이에서 알려지며 명작이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영화 속 삽입곡인 라디오헤드의 ‘크립(Creep)’이 ‘씨클로’ 덕에 크게 히트했다. 이 곡은 양조위가 등장하는 몽환적인 장면에 깔리면서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트라 안 훙 감독 [사진=로이터 뉴스핌] |
두 영화는 모두 트란 안 훙 감독의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는 베트남을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적대적으로 다뤘던 프랑스, 미국영화에서 벗어나 조국의 진짜 얼굴을 재발견한 해외파 영화감독 1세대로 분류된다.
트란 안 훙 감독은 베트남 태생으로 12세 때 프랑스로 이민 가 그곳에서 자랐다. 루이 뤼미에르 영화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했고 두 편의 단편영화를 만든 뒤 첫 장편 ‘그린 파파야 향기’를 선보였다. ‘그린 파파야 향기’와 ‘씨클로’, 그리고 또 다른 연출작 ‘여름의 수직선에서’(2000)까지 더해 ‘베트남 3부작’을 완성했다.
특히 한국 영화계와도 인연이 있다. 배우 이병헌이 그와 작업한 경험이 있다. 이병헌은 2007년 트란 안 훙 감독의 첫 번째 인터내셔널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I come with the rain)’를 함께했다. 영화에는 조쉬 하트넷과 기무라 타쿠야, 여문락도 출연했다.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