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의 선견지명 증명·포체티노 토트넘 감독도 극찬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무리뉴 전 맨유 감독이 경질되기 전 손흥민을 두고 했던 말이 있다. “필드에서 100%를 보여주는 선수는 없다. 그러나 손흥민 같은 선수가 있었으면 좋겠다. 갖고 싶다”라는 발언이었다.
포그바 등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명문’ 맨유지만 무리뉴의 고민은 ‘감독의 말을 충실히 따라주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무리뉴는 이전 ‘부자구단’ 첼시를 맡았을 때도 ‘항명 파동’ 이후 팀을 떠나야했던 아픔이 있었다.
뉴캐슬전에서 프리미어리그 10호골을 터트린후 포효하는 손흥민.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무리뉴의 발언을 최근 손흥민이 증명하고 있다.
손흥민(27)은 지난 1월31일 왓포드전에 이어 2월3일 프리미어리그 뉴캐슬전에서 2경기 연속 골을 터트렸다. 리그 10호 골이자 시즌 14호 골이다. 이와함께 그는 프리미어리그 3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도 기록했다. 손흥민은 데뷔 해인 2016~2017시즌에는 14골, 2017~2018시즌 12골을 작성했다. 개인 단일 시즌 최다 득점은 21골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2019 아시안컵 대회 복귀 사흘만에 2개 대회 연속 골을 써냈다는 점이다. 철인적인 정신력의 승리다.
사실 손흥민은 실력과 존재가치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엄청난 그의 활약이 계속 이어지자 이제 영국매체에서는 자기반성까지 나왔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4일(한국시간) ‘손흥민의 국적이 대한민국이라는 점 때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 매체는 “잉글랜드 대표팀을 위해 뛰는 선수가 유독 많은 토트넘에서 그를 주목하기는 쉽지 않다. 잉글랜드 선수들에게 하이라이트를 비추는 게 영국 언론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누구도 손흥민을 좀처럼 주목하지 않았다. 해리 케인, 델리 알리, 에릭센을 백업하는 교체 선수로만 여기던 게 1년전 일이다”고 밝혔다.
인디펜던트는 “그러나 올 시즌 토트넘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봤다면 손흥민의 공격 기여도가 누구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손흥민 보다 많이 달리지 않았고 또 손흥민 만큼 빠른 선수는 없다. 골 결정력에서도 ‘최전방공격수’ 해리 케인을 제외하면 그와 견줄 선수가 없다. 이제는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이 ‘내가 원하는 것을 100% 해내고 모든 것을 다 주는 선수’라고 극찬한 것처럼 팀의 그 누구보다 포체티노의 가르침을 완벽하게 이행 하는 선수는 없다”고 적었다.
이같은 ‘인디펜던트의 자기반성’에는 거의 모든 영국 매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손흥민이 있다. 해외 출신 선수에게 유독 박했던 영국 언론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에 손흥민이 아시안컵을 위해 자리를 비웠던 시간동안 토트넘이 3연패의 수렁에 빠졌던 점과 2개 대회에 탈락한 극적인 배경이 더해졌다.
뉴캐슬전 손흥민의 득점 장면. [사진= 로이터 뉴스핌] |
팀이 가장 절박할 때 돌아온 손흥민은 단 사흘동안 2경기 연속골로 승점 6점을 쌓았다. 포체티노 감독이 아시안컵에 복귀하자마자 그를 리그 왓포드전에 선발 출장시킬 만큼 팀은 다급했다. 해리 케인과 델리 알리 등이 모두 햄스트링 부상으로 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별다른 옵션이 없던 포체티노는 누가봐도 피곤해 보이는 손흥민을 뉴캐슬전에서 선발 출격시켰고 또 일찍 교체하지 않았다. 뉴캐슬전에 앞서 포체티노는 손흥민의 컨디션을 염려해 메디컬 팀에게 몸 상태를 정밀검진한 후 ‘이상 없다’는 소견을 받고 그를 출장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뉴캐슬전 후반전서 요렌테가 교체 투입될 때 팬들은 손흥민의 휴식을 예상했다. 하지만 포체티노가 뺀 것은 모우라였다. 이제는 상대팀도 손흥민에게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한다. 사방을 꽁꽁 묶은 뉴캐슬 수비수 사이에 요렌테를 투입, 손흥민에게 필요한 공간을 열어주려는 의도였다. 끝까지 손흥민을 믿겠다는 포체티노의 의지였다.
요렌테의 투입으로 아주 약간의 공간이 열린 손흥민은 결국 달리고 달려 결국, 맨시티도 못 뚫은 뉴캐슬의 수비를 뚫고 프리미어리그 10호골로 팀의 1대0 승리를 안겼다.
골을 넣은 손흥민을 안아주는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 [사진= 로이터 뉴스핌] |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경기후 공식인터뷰에서 이례적으로 손흥민에 대해 자세히 얘기했다. 포체티노는 “손흥민은 팀의 모든 부분을 이해하고 있다. 포워드건 공격2선이건 모두 자신이 알아서 잘한다. 팀 동료들에게도 가장 도움이 되고 있다. 감독이 더 이상 무엇을 할수 있나? 완벽한 선수다. 그가 얼마나 뛰는 가는 중요하지 않다. 역습 상황이 아니고 또 수비수가 방해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뛸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뛰고 경기에 무슨 영향을 미치는 지다. 손흥민의 질주에는 엄청난 퀄리티가 있다. 그게 중요한 거다”라며 극찬했다.
이미 토트넘 현지 팬들은 지난11월 첼시전부터 손흥민에게 환호하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현재의 영국 매체의 반응은 손흥민에 대한 뒤늦은 주목이다.
또 매체 인터뷰나 팬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손흥민이 보여 준 겸손하고 친절한 태도는 상대팀 팬들과 일반 축구 팬들까지 사로잡고 있다. 뉴캐슬전 경기후에도 손흥민에 환호하는 꼬마팬에게 다가가 직접 상의 유니폼을 벗어 건네주는 다정함을 보였다. 그는 왓포드전에서도 볼보이를 담당, 손흥민의 활약을 지켜본 꼬마였다. 열렬히 환호를 보낸 꼬마를 손흥민이 알아본 것이었다.
영국 매체들이 손흥민에 대해 자기 비판과 함께 주안점을 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기는 하다. 손흥민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는 프리미어리그의 중요한 다음 시장이다.
2경기 연속 골대를 열어제낀 손흥민은 프리미이어리그 올해의 선수상 후보에도 올랐다. 뉴캐슬전 리그10호골로 충족 요건을 채웠다. ‘프리미어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앨런 시어러와 리네커도 손흥민을 칭찬했다. 둘다 “손흥민은 올해의 선수상을 탈 자격이 충분하다”며 입을 모았다.
요즘 토트넘 경기를 보면 태극기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영국인들도 축구 게시판에 대해 ‘태극기 이모지’를 함께 남기고 있는 상황이다.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 홍보사절 역할까지 하고 있는 ‘손흥민 효과’다.
뉴캐슬전서 골을 터트린 손흥민이 관중석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모습. 태극기가 곳곳에 보인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finevie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