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1971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의 금을 사들였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액이 270억달러(약 30조645억원)에 달해, 총 보유량이 651.5톤으로 전년비 74% 급증했다.
글로벌 무역 긴장이 고조되자 러시아와 터키, 카자흐스탄 등 신흥국들이 준비금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미달러 비중을 줄인 자리에 금을 채워 넣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 세계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에서 미달러 비중은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10% 떨어졌던 금값은 중앙은행들의 금 사재기에 하반기 들어서면서 탄력을 얻기 시작해, 이 달 29일 현물 가격이 온스당 1314달러로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의 싱크탱그인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은 금 보유량을 꾸준히 늘려 현재 1조4000억달러(약 1588조9000억원)에 달한다.
OMFIF는 보고서에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증대하면서 준비금 다변화 노력의 일환으로 중앙은행들의 금 수요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해 사상최대 규모인 274.3톤을 순매입했다. 미 국채를 내다팔고 금을 사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금 보유고는 2066톤으로 금액으로는 870억달러로 늘었다.
다만 여전히 전 세계 금 보유고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그쳐, 미국의 74% 및 독일의 69%에 비하면 한참 뒤처졌다.
하지만 러시아 중앙은행이 금을 사들인 경로를 주시할 만 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국내에서 생산된 금을 직접 사들여 달러 통화 체제를 완전히 우회하며 금 보유고를 축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기관 메탈스포커스의 필립 뉴먼 국장은 “광산에서 정련소로 직접 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유럽 중앙은행들도 금 사재기에 나섰다. 헝가리가 10월에만 금 보유고를 10배 늘려, 총 보유량이 31.5톤으로 근 30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폴란드도 지난해 10월 12톤을 매입했다. 미국도 1971년 금 본위제 폐지 이후 최대 규모의 금을 매입했다.
반면 독일, 호주,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금을 순매도해 총합 15.6톤의 금을 내다팔았다.
골드 바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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