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업체 보조금 폐지 맞춰 대규모 투자 증설
춘추전국시대 중국 배터리 업체 20여 곳 압축 전망
[서울=뉴스핌] 정산호 인턴기자 = 2020년 중국 자동차 시장의 배터리 보조금 폐지를 앞두고 한· 중· 일 3국 업계의 사전 경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배터리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 증설 계획을 발표하며 한바탕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IHS의 ‘2018 세계 자동차 배터리 시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판매량 기준 상위 10개 기업명단에 중국이 6개 한국이 3개 일본 기업이 1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보조금 특혜를 누려온 중국 업체들은 한국과 일본 회사들이 2020년 중국 자동차 시장의 배터리 보조금 폐지에 발맞춰 대규모 투자, 증설에 나섬에 따라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바이두] |
중국 경제 매체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은 28일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중국 자동차 배터리 시장공략에 본격 나섰다고 보도하며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한·일 두 나라의 움직임을 자세히 소개했다.
LG화학, 삼성 SDI, SK 이노베이션은 이미 대규모 신규 투자와 증산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국 매체는 한국 보고서를 인용, 한국 3사의 2019년 자동차 배터리 투자 규모는 10조 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40%가 중국 시장에 투자될 것이라고 전했다.
2018년도 4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 SDI는 영업이익은 2486억 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109% 상승했다. LG 화학과 SK 이노베이션의 실적보고서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삼성 SDI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월 25일 삼성 SDI는 1회 충전으로 600km를 갈 수 있는 배터리셀과 차세대 배터리 핵심 기술인 ‘전고체전지(全固體動力電池)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며 기술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1월 22일 토요타와 파나소닉이 자동차 배터리 합작회사 설립을 발표했다 [사진=바이두] |
자동차 배터리 분야 점유율 세계 2위의 일본 파나소닉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쓰가 가즈히로 (津賀一宏) 사장은 신년기자회견에서 ‘회사가 가진 모든 자원을 투입해 배터리 사업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22일 파나소닉은 토요타와 자동차 배터리 합작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다롄에 있는 배터리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시설을 토요타와 함께 사용하게 되어 더 효율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양사는 2020년대 초반까지 기존 하이브리드(HV)용 차량보다 용량이 50배 더 큰 전기 자동차(EV)용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용량이 크고 안정성이 높은 전고체전지 개발에도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이번 합작회사 설립으로 파나소닉은 배터리 개발과 사업확장을 위한 자금확보를, 토요타는 대용량 배터리 개발 노하우 확보로 차기 전기 자동차 개발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 기업들은 주로 자국 시장에만 주력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 자동차 배터리 1위 기업 닝더스다이(寧得時代)는 2018년 6월 독일 BMW 사로부터 11억 6000만 달러(약 1조 2957억 원) 규모의 자동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파라싸이쓰 (法拉賽斯)도 독일 다임러사와의 140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계약 수주에 성공했다. 또한 리선(力神)도 중국 테슬라사에 대한 배터리 공급 경쟁에 뛰어들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8년 6월 자동차 배터리 점유율 1위인 닝더스다이(CATL)가 독일 BMW 사와 자동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사진=바이두] |
외자 유치가 가능한 대기업들을 제외하고 보조금에 의존해 성장해 왔던 기업들에게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 전문가는 ‘대부분의 피해는 중소형 업체들이 받게 될 것’ 이라 분석하며 대다수의 업체가 경쟁 과정에서 탈락해 2020년에는 20여 개 기업만이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업계에서는 현재 한국과 일본의 배터리 제조사들이 자본과 기술력 측면에서 중국 제조사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갈수록 격화되는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중국 기업들이 우세를 점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치루(其魯) 베이징 대학교 배터리 연구 위원회 위원장은 ‘한·중·일 삼국이 제조 판매하는 자동차 배터리의 표면적인 성능은 대부분 비슷하다’면서도 한국과 일본 기업이 배터리 연구개발과 제조설계 방면에서 중국 제조사보다 크게 앞서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제품 완성도에 직결되며 그동안 많은 외국 기업들이 한국과 일본 회사의 제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라고 지적하며 중국 기업들도 제품 완성도와 신뢰성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대와 염려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1년 앞으로 다가온 자동차 배터리 보조금 폐지를 앞두고 한·중·일 삼국 기업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chu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