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24일(현지시간) 카를로스 곤 회장을 해임하고 새로운 회장과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했다.
르노의 새로운 회장에는 장 도미니크 세나르 미쉐린 타이어 CEO가 취임했으며, CEO에는 티에리 볼로레 전 부CEO가 선임됐다.
곤 회장의 체포 직후 이사회를 열고 해임을 결정했던 닛산과 미쓰비시와는 달리 르노는 지금까지 ‘무죄 추정 원칙’에 근거해 해임을 보류해 왔다. 하지만 곤 회장의 구류가 두 달을 넘기고, 앞으로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날 이사회를 열고 새로운 경영진 인사를 결정했다.
르노는 이번 인사에서 종래 곤 전 회장에게 권력이 집중됐던 경영 체제를 전환해 회장과 CEO를 나눠 임명했다. 지금까지는 곤 전 회장이 회장 겸 CEO를 맡아왔다.
닛산자동차와 르노자동차 로고 [사진=NHK 캡처] |
◆ 향후 닛산과 협의 본격화 전망
르노의 새 경영진이 결정되면서 향후 닛산과의 협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나르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르노의 새로운 경영 체제를 제안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닛산·미쓰비시와의 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향후 닛산과의 협의가 본격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세나르 회장은 르노를 대표해 닛산 등과의 교섭에 나서게 된다. 프랑스 명문 기업을 두루 거친 세나르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대화 중시’로 알려져 있어, 톱다운 방식으로 르노·닛산 연합을 이끌어 왔던 곤 회장과는 다소 대조적이다.
지난해 11월 곤 전 회장의 체포 이후 올해로 20년을 맞는 르노·닛산 연합의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양사는 제휴 관계를 유지한다는 데는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지만, 닛산의 후임 회장 인사를 포함해 경영 주도권을 놓고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닛산은 지난해 12월 ‘거버넌스 개선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해 후임 회장 인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르노는 닛산의 후임 회장을 르노에서 파견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르노의 최대 주주인 프랑스 정부도 르노와 마찬가지 생각을 갖고 있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25일 NHK와의 인터뷰에서 “닛산의 회장은 르노 출신자로 한다는 양사의 합의에 근거해 세나르 회장이 취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르노의 신임 회장과 CEO로 각각 선임된 장 도미니크 세나르(왼쪽)와 티에리 볼로레.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르노·닛산의 자본 관계 재편이 최대 초점
최대의 초점은 르노와 닛산의 자본 관계 재편 여부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주 대표단을 일본에 파견해 일본 정부에 르노와 닛산의 경영통합을 제안했다.
그 후 르메르 장관이 “경영통합은 아직 논의 테이블에 올라있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프랑스 정부는 곤 전 회장의 재임시절부터 자국 자동차 산업의 재건을 목적으로 닛산과 르노의 경영통합 야욕을 드러내 왔다.
르노는 닛산의 지분 43.4%를 갖고 있으며, 프랑스 정부는 르노의 지분 1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르노는 닛산에 대한 의결권을 갖고 고위 임원을 선택할 권리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프랑스 정부가 르노를 통해 닛산에 대한 지배권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닛산의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사장은 전일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르노와의 경영통합에 대해 “필요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르노의 새 경영 체제를 환영한다. 새로운 페이지를 여는 일보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지금은 제휴의 형태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 양사의 관계를 안정화하고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며, 자본관계 재편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을 거듭 나타냈다.
닛산의 후임 회장 인사와 자본관계를 놓고 양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세나르 회장 체제로 새로운 닻을 올린 르노가 닛산과의 협의에서 어떠한 자세를 보일지, 또 양사의 협의가 언제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사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