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성, 도박자금 마련 위해 20대 여성 강도살인 혐의
1‧2심 “합리적 의심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 무기징역 선고
대법 “제3자 진범 등 재심리해야”…상고이유 판단 생략, 파기환송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대 여성을 강도살해한 4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법원에 돌려보냈다.
간접증거와 간접사안으로만 범행의 증명을 판단해선 안 되며 제3자가 범인이라는 투서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20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양모(4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 판시와 같은 간접증거와 간접사실만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의문스러운 사항에 관해 면밀하게 심리한 후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에 한해 유죄의 증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양 씨는 2002년 5월 21일 오후 11시 20분경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부산의 불상의 장소에서 혼자 있는 피해자 양모(22)씨를 발견하고 강도살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은 간접증거와 간접사안으로만 범행의 증명을 판단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는 배심원 7명이 유죄, 2명이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통장으로 예금을 인출한 점, 함께 마대자루를 옮겼다는 손모씨의 진술,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강도살인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은 “중대 범죄로써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검사와 피고인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무기징역형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살인의 유일한 증거로 쓰인 손 씨의 진술, 부검결과 사망 추정 시점과 알코올농도의 의미, 카드깡을 통해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고 있어 경제적 궁핍 상태가 아니었다는 주장, 대법원에 접수된 ‘제3자가 진범’이라는 우편 내용 등에 면밀하게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상고 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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