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놓고 해외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양하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이 일견 긍정적이라고 보면서도 한편으론 북한이 한·미 동맹 간 사이를 틀어, 미국에 제재완화를 압박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김두연 신미국안보센터 부선임 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에 "예상대로 김 위원장은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며 "그는 명백히 미국과 외교절차를 염두에 둔 채 핵보유국임을 자랑하지 않았다"는 다소 긍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반면, 미국 국가이익센터(Center for the National Interest)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김 위원장이 오늘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북한은 미국·한국과 함께 비핵화를 하면서 명백히 대화에 임할 의사가 있다. 단, 북한이 말하는 조건 하에서만"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TV 전파를 탄 신년사에서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더 빨라질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환영할 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 언제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하지만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며 제재와 압력을 추구하고 우리 인민들의 인내심을 오산(誤算)한다면 북한은 우리의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은 올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김 위원장이 '상응하는 조치'라고 칭한 제재 완화를 받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위원장의 발언은 미국에 대한 그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음을 시사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미국과학자연맹의 아담 마운틴 수석 분석가는 김 위원장이 완전한 핵 군축에는 못 미치지만 북한의 핵개발을 본질적으로 동결시킬 것을 미국에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 대가로 미국은 제재 해제를 포함한 주요 유인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마운틴 수석 분석가는 시카고트리뷴에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은 새해에 김 위원장이 그의 무기고를 완전히 공개하는 검증을 향해 얼마나 나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결단력 있게 움직여야 한다. 무기 감축이나 해체에 대한 논의는 그 이후에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찬 후 함께 걷고 있다. 2018.06.12.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러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이 계속 가동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면 김 위원장의 발언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시카고트리뷴은 보도했다. 민간 분석가들은 상업적인 위성 이미지에서 포착된 세부사항을 언급하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마운틴 수석 분석가는 북한이 이러한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놀랍지 않다고 하면서 "백악관이 이를 의사진행의 장애물로 보기 보다 속았다는 느낌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북한이 한·미 군사협력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한국은 남북관계 진전 과정에 있는 한편, 미국은 한국에 더 많은 주한 미군 방위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 마운틴 수석 분석가는 "한·미 합동 군사 훈련 사안이 위기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유지하고 미국과의 협상을 일방적인 핵무기 포기 절차가 아니라 두 핵보유국 간의 쌍방 무기 감축 협상으로 전환할 의도가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일부 분석가들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미국과 한국 사이를 틀어놓으려는 그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한국의 남북 관계 진전 노력에 있어 미국을 장애물로 비추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는 것이다.
민타로 오바 전직 미국 외교관은 텔레그래프에 "김 위원장은 오늘 연설에서 한국에서는 좋은 반응이 있을 지도 모르는 행동을 취하겠다고 제시한 한편, 그 행동들은 미국의 제재완화 동의가 필요한 조치라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미 양국은 곤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것은 북한 제재로 금지된 사안인 개성공단과 금광산 관광 재개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전제 조건과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의사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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