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던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의 운명이 엇갈렸다.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사장)은 19일 단행된 롯데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후배들의 길을 터주는 차원에서 용퇴를 결정했다.
1977년 호텔롯데로 입사해 롯데쇼핑의 창립멤버로 롯데 유통부문의 성장을 이끌어 왔던 소 사장은 42년간 몸 담았던 롯데를 떠나게 됐다.
소 사장은 고 이인원 부회장에 눈에 띄면서 신격호 명예회장을 가까이에서 보필해 온 인물이다. 호텔롯데에 시작해 롯데백화점에서 실무를 지낸 후 롯데슈퍼, 코리아세븐의 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러다 정책본부 대외협력단 단장을 역임하던 2015년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던 신동빈 회장 편에 서면서 신 회장의 남자로 자리매김했다. 이후에도 신 회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그룹 내 핵심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경영비리·국정농단 연루 등으로 크게 훼손된 그룹 이미지 제고를 위해 소 위원장 역할론이 대두되면서, 한때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함께 롯데그룹 2인자를 다투기도 했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왼쪽)과 소진세 롯데 사회공헌위원장 사장[사진=롯데지주] |
그러나 지난번 정기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황 부회장과 달리, 소 사장은 승진에 실패하며 운명이 조금씩 엇갈렸다.
수년간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검찰수사, 재판이 지속되면서 안정에 기반을 둔 인사를 단행했던 신 회장은 이번에는 인적 쇄신을 통한 세대교체를 통해 신 명예회장의 색깔을 지워냈다.
소 사장 역시 한때 신 명예회장의 수족 역할을 해왔던 것이 이번 정기임원인사에서 퇴임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신 회장과 함께 롯데지주 공동대표를 맡은 황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롯데그룹 2인자 자리를 확고히 했다.
1990년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있을 때 부장으로 근무하며 인연을 맺은 황 부회장은 해외진출과 인수합병에서 탁월한 기질을 발휘하는 등 롯데의 비약적인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며 신 회장의 복심으로 떠올랐다.
이후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박차를 가한 롯데그룹의 굵직한 현안을 직접 챙기고, 최근 신 회장의 부재에도 비상경영위원회를 진두지휘하며 전문경영인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황 부회장은 향후에도 롯데지주 조직 안정과 향후 플랜 마련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황각규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부재시 그룹을 대표해 여러 공식석상에 얼굴은 내비치면서 실질적인 2인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며, “한때 황 부회장과 투톱으로 불렸던 소진세 사장이 퇴장하게 된 것은 신 회장의 뉴롯데 건설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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