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2018년 3년래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신흥국 자산시장이 내년 기지개를 켤 것이라는 전망이 월가의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제기됐다.
연초부터 꼬리를 무는 악재 속에 터키와 아르헨티나부터 인도까지 주요 신흥국의 주식과 통화, 채권이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했지만 자산시장을 강타했던 리스크 요인이 희석된 데 따른 반전이 기대된다는 의견이다.
중국 위안화 [사진=블룸버그] |
다만,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경기 둔화가 예고된 만큼 엄격하게 옥석을 가리는 한편 방망이를 짧게 잡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모간 스탠리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올해 도미노 폭락을 연출한 신흥국 자산이 내년 탄력을 회복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골드만 삭스와 아시아 크레디트 스위스(CS) 역시 이머징마켓이 최악의 상황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을 내렸다.
밸류에이션이 기록적인 수준까지 떨어진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긴축 사이클 및 이에 따른 강달러,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아르헨티나와 터키 금융시장의 패닉 등 구조적인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모간 스탠리는 특히 연준 정책자들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브레이크를 밟을 경우 신흥국 자산이 커다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공급망 교란 가능성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지만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한 발 물러나는 상황 역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 자산의 매수 심리를 자극한다는 분석이다.
CS의 존 우즈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연초부터 끊이지 않았던 공격적인 매도로 인해 신흥국 자산이 크게 저평가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투자자들은 이머징마켓에 대한 공격적인 베팅을 경계하고 있다. 유럽의 정국 혼란과 미국의 경제 성장률 둔화, 그 밖에 돌발적인 변수에 따라 자산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저가 매력이 해소된 이후 상승 모멘텀의 지속 여부를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골드만 삭스는 신흥국의 반등이 내년 초에 집중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올 연말부터 관련 자산의 비중을 확대하되 방망이를 짧게 잡는 대응이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모간 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지구촌 경제의 구조적 리스크에 저항력을 가진 시장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를 권고했다.
특히 중국 주식과 거리를 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투자자들은 강조했다. 미국의 폭탄 관세에 따른 충격이 시차를 두고 드러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도에 대해서도 월가는 조심스러운 표정이다. CS는 인도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졌고, 루피화 역시 올해 아시아 신흥국 통화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거뒀지만 정치권 리스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반면 브라질의 주식시장이 내년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BofA-메릴린치는 2019년 브라질 증시의 상장 기업이 20%를 웃도는 이익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따른 주가 강세를 점쳤다.
멕시코 역시 북미 지역의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에 따라 미국과 무역 마찰이 가라앉았고,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자산시장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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