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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측, 검찰과 첫 재판서 격돌...“전체 증거기록 보기 전까지 입장 안 밝힌다”

기사입력 : 2018년12월10일 16:25

최종수정 : 2018년12월10일 16:25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 1차 공판준비기일 진행
임종헌 측, 공소사실 의견도 안 밝혀…임종헌은 불출석
변호인 “증거기록 전체 다 봐야 사건 실체 파악할 수 있어”
검찰 “공범수사 진행 중이라 안 돼…전체 40%나 제공했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사법농단 기소1호’ 임종헌(59·사법연수원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측이 첫 재판부터 검찰과 격돌했다.

검찰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과 최종적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증거기록을 다 제공할 수 없다고 하는 반면, 임 전 차장 측은 증거기록 전체를 다 보기 전까지는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안 밝힐 것이라며 들이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8.10.26 kilroy023@newspim.com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 절차가 아니어서 이날 임 전 차장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통상 형사재판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는 검찰 측의 공소사실에 대한 모두 진술과 이에 대한 피고인 측의 의견을 밝히는 절차가 진행된다.

하지만 이날 변호인 측은 “전체적으로 증거 기록을 다 열람해봐야만 의견을 밝힐 수 있고 현재 증거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검찰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측은 이미 지난달 26일 임 전 차장 측에 증거목록을 제공했고, 제한적이지만 전체 증거기록의 40%에 대해 열람·등사를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66조 3항에 따르면, 국가 안보나 증인보호의 필요성, 증거인멸의 염려, 관련 사건 수사에 장애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면 증거기록의 열람·등사를 거부할 수 있다.

검찰은 현재 임 전 차장의 ‘윗선’으로 지목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들이나 양승태 대법원장, 그리고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고 판사 사찰 문건 등을 작성한 당시 행정처 근무 판사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검찰은 현재 임 전 차장에 대한 추가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변호인 측은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의) 40% 증거만 열람 허용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제대로 된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어떤 증거가 어느 정도로 중요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방어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또 검찰의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공소장 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란 검사가 공소 제기할 때엔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기타의 서류나 증거물은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판사가 피고인에 대해 어떠한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주장과 그에 대한 입증은 재판을 통해서만 해야 한다는 취지다.

임 전 차장의 법률대리인인 오승원 변호사는 “공소장을 보면 공소사실에 대해서 큰 로마자로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 등의 제목을 붙였다”며 “이는 법령이 요구하는 이외의 사실이나 검찰의 의견과 평가를 광범위하게 나열함으로써 공소기각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이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공소사실이라는 건 검찰 수사 결과 확보된 증거관계를 토대로 검찰의 의견과 판단을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더욱이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재판의 공정성이 침해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건데, 공정성을 우선으로 하는 공소장 일본주의를 들면서 실체적 진실 규명을 포기하라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맞받아쳤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 다음 공판준비기일인 오는 19일까지 증거기록 전체 열람·등사가 가능하도록 해줄 것과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에 대한 의견을 자세히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임 전 차장은 2012년 8월 13일부터 2015년 8월 11일까지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으로, 2015년 8월 12일부터 2017년 3월 19일부터는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재직하면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사태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을 비롯해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국고등손실, 공전자기록등위작 및 행사 등 30여개 혐의를 적용해 임 전 차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위안부 손해배상 사건 △전국교직원노조 법외노조 처분 사건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의료진 특허소송 등 사법농단에 광범위하게 깊숙이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19일 오후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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