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보복운전, 끔찍한 사고 부르는 '살인행위'
단속에도 늘어나는 '로드 레이지', 해결책은?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최근 각종 ‘분노형 범죄’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로드 레이지(road rage)’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 규제에도 줄어들지 않고 있는 ‘로드 레이지’는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 위 폭탄…죽음 부르는 ‘로드 레이지’
일상적으로 경음기를 눌러대는 행위도 난폭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로드 레이지’란 분노로 유발되는 도로 위 불법행위의 총칭이다. 차선을 마음대로 넘나들며 과속을 하거나, 다른 차량의 운행을 방해하는 난폭운전 및 보복운전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1980년대 사용되기 시작한 ‘로드 레이지’는 국내에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져 운전자들을 위협한다. 난폭·보복운전도 모자라 차를 강제로 세우고 운전자에 폭력을 가하는 등 ‘로드 레이지’는 날로 교묘하고 대담해지고 있다. 이들 행위는 자칫 끔찍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살인행위'로 불리기도 한다.
'로드 레이지'는 발생 건수 역시 증가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전국 기준 난폭·보복운전에 해당하는 과속은 663건, 중앙선 침범은 1만712건, 신호위반은 2만4408건, 안전거리 미확보는 2만660건이었다. 한해 뒤인 2017년 과속은 839건으로 무려 176건 늘었고 신호위반도 2만4421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보복운전만 따져도 2016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4592건으로 하루 6건 넘게 경찰 단속이 이뤄졌다. 보복운전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사례는 몇 십배에 이르리라는 게 운전자들의 이야기다.
◆위험천만한 ‘로드 레이지’, 왜 줄지 않을까
급기야 정부가 2015년 12월 도로교통법을 개정, 보복운전하다 적발되면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란 반응도 나온다.
단속인력 대비 워낙 많은 난폭‧보복운전이 벌어지다 보니 현실적 한계도 뒤따른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30대 운전자(남)는 “운전자 블랙박스 영상을 통한 자발적 신고가 많아져야 하는데, 귀찮은 나머지 신고 건수가 많지 않다고 들었다”며 "운전자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신고포상제도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 대응을 놓고서도 말들이 많다. 지난 8월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강원도 내 고속도로 등에서 과속·난폭운전을 잡아내기 위해 실시된 암행 및 드론순찰이 대표적이다.
암행순찰이란 고속도로순찰대원들이 순찰차가 아닌 일반차량에 탑승, 난폭운전을 감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환영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암행순찰차가 단 6대로 적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드론 단속과 관련, 운전자들 사이에선 “이런 단속보다 난폭운전은 면허정지에 안전교육 100일 정도 이수하는 게 현실적” “한번 날려 30분도 못 버틴다. 운용인력과 보수도 문제” 등 회의적 반응이 많이 나왔다.
◆혹시 당신도…? ‘로드 레이지’ 심리 들여다보니
[사진=어라이브 얼라이브 홈페이지] |
전문가들은 난폭‧보복운전이 운전자 본성이 아닌 후천적 환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며,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평소 양처럼 순하다가 운전대만 잡으면 늑대처럼 돌변하는 사람들일수록 더 참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처럼 '로드 레이지'로 골머리를 앓는 미국에선 운전자들이 숙지해야 할 일종의 십계명이 있다. 안전운전 캠페인을 전개해온 어라이브 얼라이브(Arrive Alive, 살아서 도착하라)라는 단체는 △운전에만 집중할 것 △스트레스를 덜어줄 음악을 들을 것 △다른 운전자 태도를 고치려 들지 말 것 △화가 나면 1에서 10까지 헤아릴 것 등 '로드 레이지'를 방지하는 10가지 운전계획을 전파해 왔다.
어라이브 얼라이브 관계자는 "잘못된 운전습관은 개인적 노력을 통해 얼마든 고칠 수 있다"며 "추월당하면 무시당하는 기분이 드는지, 걸핏하면 경음기를 울리지 않는지, 차가 막히면 막연하게 화가 나는지 등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