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기약할 수 없는 미국 망명을 고대하며 멕시코에 발이 묶인 중미 이민자들이 오랜 기다림과 열악한 여건에 희망을 잃고 다시 본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멕시코 국경도시 티후아나에 약 6000명의 중미 이민 행렬 캐러밴이 모여든 가운데, 이들 대부분은 몇 주 혹은 몇 달이 걸리더라도 미국 망명을 시도하겠다며 버티고 있지만,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멕시코에 남겠다는 이민자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캐러밴을 따라 세 아이를 데리고 티후아나까지 온 넬미 폰세는 비가 오고 햇볕이 내리쬐어도 야외 텐트 바닥에서 잠드는 데 지쳤으며,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멸시를 받는 것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민자들의 본국행을 돕는 국제이주기구(IOM)의 이본 아귀레는 “캐러밴 행군 도중 가족이 병에 걸렸거나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이 그립다거나 여기에서의 열악한 여건에 실망했다거나 하는 이유로 귀국 결정을 내리는 이민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IOM이 티후아나에서 1주 전 귀국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50명이 귀국을 신청했다. 이들은 멕시코 남부 타파출라까지 항공기로 이동한 후 버스로 본국까지 이동할 예정이다.
멕시코 티후아나 임시 보호소 텐트에서 생활하는 중미 이민자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멕시코 이민국 또한 귀국행 버스와 항공기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러한 방법으로 200명 가량의 이민자들이 캐러밴 행렬을 떠났다고 전했다.
멕시코 당국은 캐러밴이 처음으로 멕시코 남부를 통과했던 10월 19일 이후 2010명의 이민자들이 ‘자발적 귀국’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경제적 혼란과 기아, 갱단들의 폭력을 피해 두 달 동안이나 내리쬐는 햇볕 속에 걷거나 차를 얻어 타고 중미를 거쳐 멕시코에 이르렀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자 행군을 포기한 것이다.
캐러밴 행렬이 미 국경에 근접하자 멕시코 정부는 캐러밴 행렬을 해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남부 지역에서 이민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근로 허가증과 아이들을 위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며 멕시코에 남는 방향으로 이민자들을 유도했다. 이를 통해 약 600명이 캐러밴에서 이탈해 멕시코에 남았다. 또한 멕시코 당국은 미국 망명을 기다리겠다는 이민자들에게는 임시 근로 허가증을 내주기도 했다.
캐러밴 행렬에 있던 한 이민자는 “캐러밴에 계속 남아 있을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 귀국 준비를 하고 있다”며 “여기 열악한 상황을 보니 내 집과 내 침대가 그리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티후아나 등 멕시코 접경지역을 향하는 캐러밴은 이어지고 있다. 티후아나에는 2000명 가량이 추가로 도착할 예정이며, 티후아나에서 동쪽으로 145km 떨어진 멕시칼리에도 이민자들이 여러 대의 버스를 나눠 타고 몰려들고 있다.
멕시코 티후아나 임시 보호소에서 생활하는 중미 이민자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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