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황유미씨 백혈병 사망
2018년 김기남 사장 공식 사과까지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직업병 보상 문제가 11년 만에 합의했다.
23일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합의이행 협약식'에서 조정위원회가 제시한 중재판정에 모두 합의하고, 합의이행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2007년부터 불거진 삼성 백혈병 논란이 만 11년 만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된 것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DS부문장)는 이날 반올림과 합의이행 협약을 체결한 후 "소중한 동료와 그 가족들이 오랫동안 고통 받으셨는데 삼성전자는 이를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펴드리지 못했다"며 "병으로 고통 받은 근로자와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반올림에 공식 사과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직업병 문제는 지난 2007년 반도체 3라인에서 근무했던 고 황유미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이듬해인 2008년 3월 발족한 반올림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LCD) 사업장 근로자의 건강피해 문제를 제기하고, 백혈병 등의 질환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정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 반올림은 삼성전자에게 피해보상과 공식적인 사과, 재발방지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직업병 피해보상 문제해결을 위한 교섭은 원만한 타결을 끌어내지 못하고,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삼성전자와 피해자들은 이에 2014년 10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제3의 기구에서 조정을 맡기기로 합의하면서 해결의 물꼬를 텄다.
조정위는 곧바로 2014년 11월 조정위원장 1명(김지형 전 대법관)과 조정위원 2명(정강자, 백도명 교수)으로 구성돼 2014년 12월 9일부터 본격적인 조정절차를 개시했다.
이후 2014년 12월 19일부터 2015년 7월 7일까지 삼성전자, 반올림 및 가족대책위원회(피해자 가족 측 당사자 6인으로 구성된 삼성 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의 약칭)와 조정절차를 거쳐 2015년 7월 23일 1차 조정권고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1차 조정안은 당사자들의 이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아가 삼성전자가 2015년 9월부터 자체 보상안을 발표하고, 자체적인 보상을 실시하면서 사실상 1차 조정은 결렬됐다.
조정위는 조정의제 중 하나인 재발방지대책 일부 의제에 한해 별도의 조정절차를 통해 2016년 1월 12일 조정합의에 이뤄냈지만, 가장 중요한 보상 등의 의제와 관련해서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반올림 측 피해자들이 삼성전자의 자체보상안에 따른 보상을 거부하면서 2015년 10월 7일부터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해 삼성전자와 반올림간 협상은 2017년 5월까지 또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졌다.
2017년 5월 7일,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반올림과 삼성직업병 문제해결과 노동안전 정책협약을 맺으면서 대화 재개의 물꼬가 다시 트였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양측은 올해 초 조정위에 다시 한 번 조정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2018년 3월부터 시작된 2차 조정은 1차 조정 당시의 쟁점과 양측의 요구사항부터 이후의 쟁점과 요구사항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논의를 시작됐다. 그러나 2차 조정에서도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이견을 좁혀지 못했다.
2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자판정 이행합의 협약식' 현장.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DS부문장)이 반올림 측 피해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18.11.23. flame@newspim.com |
조정위는 이에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조정위에서 제시하는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사전에 합의하는 방식의 중재방식을 2018년 7월 18일 양측에 제안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2018년 7월 24일 조정위와 함께 중재방식에 의한 문제해결에 합의하고, 이후 총 9차례(7월 28일, 8월 11일, 8월 25일, 9월 7일, 9월 21일, 10월 7일, 10월 25일, 10월 27일, 10월 29일)에 걸친 조정회의를 개최해 사안별로 중재안을 만들었다.
조정위는 또 새롭게 적용할 질병보상안을 만들기 위해 한국산업보건학회에 자문을 요청했고, 학회에서는 산하 반도체특별위원회에서 별도의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7차례(9월 2일, 9월 3일, 9월 9일, 9월 16일, 9월 30일, 10월 7일 및 10월 21일)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다. 이후 2018년 10월 말 최종 중재안이 완성됐다.
2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자판정 이행합의 협약식' 현장.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이행합의 협약을 체결함에 따라 11년을 끌어온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보상 문제가 완전 해결됐다. 2018.11.23. flame@newspim.com |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최종 중재판정서를 받은 후, 이틀만에 수용의사를 표명했다. 조정위가 당사자간 합의를 요청한 3개 사항에 대해서는 △중재합의서 제10조의 지원보상업무를 위탁할 기관은 법무법인 지평으로한다 △중재합의서 제11조의 지원보상위원회의 위원장은 김지형(법무법인 지평)으로 한다 △중재합의서 제27조의 발전기금을 기탁할 기관으로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 한다고 정했다.
2018년 11월 23일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최종 중재안에 합의하고, 양 당사자 대표가 서명한 문서를 조정위원회로 보내옴에 따라 직업병 피해보상 문제는 11년 만에 완전 해결됐다.
법무법인 지평과 김지형 위원장은 조속한 직업병 피해보상 문제 해결을 위해 곧바로 지원보상 사무국 개설과 지원보상위원회 구성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fla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