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뉴스핌] 유수진 기자 = "일찍이 정주영 명예회장께서는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만들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모르는 길도 아니고 없는 길도 아닌데, 이대로 멈춰 서 있을 수는 없습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18일 오후 북측 금강산문화회관에서 열린 '금강산관광 시작 20돌 기념식'에서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갖고 담담하게, 그리고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리택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회장 등 주요 인사들이 18일 금강산문화회관에서 열린 '금강산관광 20주년 남북공동행사' 축하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유수진 기자]

이날 현 회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선대 회장의 업적에 존중을 표하며, 자신도 그 뜻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한 열망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께서 비정한 분단의 장벽을 넘기 위해 자신이 평생 일군 현대그룹의 자산과 역량을 금강산과 북녘에 아낌없이 투자했다"며 "그렇기에 금강산관광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과 북은 제 남편 고 정몽헌 회장이 민족 화해와 공동번영이라는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고 결국 자신의 삶까지 희생하며 다져놓은 굳건하고도 소중한 인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남북경협사업은 금강산을 시작으로 개성에도 남측 관광객이 북적였고, 백두산관광도 눈앞에 두고 있었다"면서 "개성공단에서 남과 북이 함께 만든 상품을 전 세계로 수출하기도 했는데 남과 북을 오가던 발걸음이 멈춰선지 벌써 10년"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현 회장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는 "이제 얼어붙었던 금강산에도 봄기운이 돌려고 한다"며 "하늘이 맺어준 북측과의 인연을 민족 화해와 공동번영의 필연으로 만들겠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리택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부위원장 역시 이날 행사에서 금강산관광 중단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남과 북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리 부위원장은 "금강산은 우리 겨레의 마음속에 민족적 화합과 평화 번영을 위한 대화합의 장으로, 민족의 혈맥과 지맥을 하나로 이어놓는 통일의 상징으로 소중히 자리 잡게 됐다"며 "이런 금강산관광이 10년이 지나도록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더 이상 이러한 비극을 지속시킬 수 없다"면서 "새로운 평화의 궤도, 화해 협력의 궤도에 확고히 들어선 남북관계를 계속 이어나가려면 여기 모인 우리들부터 민족 앞에 지닌 사명과 본분을 자각하고 힘껏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 1998년 11월18일 현대금강호의 출항으로 시작된 금강산관광의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금강산 현지에서 개최됐다. 당시 현대금강호는 동해항에서 관광객 830명 등 총 1400여명을 태운 채 북측 고성항에 도착, 금강산관광의 첫 물꼬를 텄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리택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회장 등 주요 인사들이 18일 '금강산관광 20주년'을 기념해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사진=유수진 기자]

참석자들은 기념식을 마친 후 온정각에 있는 고 정몽헌 회장 추모비 인근으로 이동해 관광 20주년 기념식수를 했다. 이후 문화회관으로 돌아와 북측 '평양 통일예술단'이 준비한 축하공연을 관람했다. 예술단은 이번 기념행사를 위해 평양에서 특별히 초청됐다.

특히 이날 기념식과 축하공연에는 온정리 일대 주민 400여명이 함께 자리해 금강산관광 20주년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이들은 현 회장 등의 기념사에 큰 박수로 호응했으며, 예술단의 공연에 환호하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행사에는 현 회장을 비롯한 현대 임직원 30여명, 안민석 국회 체육문화관광위원장 등 정관계 인사 70여명과 북측의 리택건 아태 부위원장, 리금철 조선사회민주당 부위원장, 금강산특구 관계자 등 80여명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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