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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리더] '소통왕'에서 '규제개혁 투사'로…박용만 회장

기사입력 : 2018년11월17일 09:00

최종수정 : 2018년11월17일 09:00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각종 행사에서 '규제 개혁 필요성' 역설

[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최근 재계 총수들 사이에 화기애애한 모습 하나가 연출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해당 사안이 경제계 이슈가 아닌 스포츠 이슈라는 점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2018.10.12 leehs@newspim.com

지난 12일, 국내 프로 스포츠계에서 최대 행사인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이 열렸다. 결과는 SK와이번스가 두산베어스에게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난 후 두산그룹을 대표하는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태원 SK 회장에게 "기분 좋겠네"라는 우승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박 회장은 이번 일에서 보이듯 '재계의 소통왕'으로 불린다. 재계 리더들은 물론, 두산 임직원, 정관계 등과도 거리낌없이 어울리고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 얻은 별명이다.

그런 박 회장이 최근에 다른 별명을 얻었다. '규제 개혁 투사'다. 최근 각종 행사나 모임 등에서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어떨 때는 간곡하게, 다른 자리에서는 화기애애하게, 또 필요할 때는 강한 불만을 내비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두산베어스가 준우승하던 12일 박 회장은 상의 회장 자격으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역대 정부마다 (규제 개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현장에선 아직 체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과 국민의 선택기회와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규제 개혁을 바라본다면 성장은 물론,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큰 목표에도 잘 부합할 것"이라면서 "생명이나 안전 등 필수 규제를 제외한 다른 규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폐지를 희망한다"며 '파격적 규제 완환'를 제안했다.

이에 앞서 박 회장은 규제 개혁과 관련해 답답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5일 광주에서 열린 전국상의 회장단회의에서 박 회장은 "바뀌는 게 없으니 이제 어디다 하소연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라는 말을 기자들에게 전했다. 아무리 규제 개혁 필요성을 말해도 전혀 나아지는 게 없다는 답답함을 드러낸 멘트다.

그는 "정부에 규제 개혁 리스트를 제출한 것만 39번"이라며 "기업이 일을 벌이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어디다 하소연해야 하냐"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특히 "국가가 허락해 준 사업만 하라는 것은 기본권 침해가 아니냐"며 규제일변도 정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박 회장이 규제 개혁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자 근거없는 '빅딜설'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규제 개혁을 해주면 정부의 분배 정책에 재계가 앞장서겠다는 내용이다.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박 회장과 재계 모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둘 다 경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야할 문제인데 이를 두고 뭘 해주면 이걸 주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그만큼 기업들이 규제 개혁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라는 해석도 있다. 기업 활동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풀어준다면 뭔들 못하겠냐는 절박한 심정이 저런 루머로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규제 개혁의 필요성은 박 회장과 재계 뿐만 아니라 정부 당국자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심지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을 마치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이는 다시 말하면 매번 바꿔야 한다고 하면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성 장관은 "기업의 서포터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재계에서는 성 장관과 정부의 이번 약속에 대해 한번 더 속는 셈 치더라도 기대를 해보자는 반응이다. '소통왕'에서 '규제 개혁 투사'로 변신한 박 회장의 끝없는 하소연에 언제쯤 답변이 올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jinebi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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