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실리콘밸리의 IT 전문 인력의 몸값이 천정부지다.
IT 업계는 물론이고 자동차와 보험 업체까지 하이테크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가진 이들을 영입하려는 수요가 크게 높아졌지만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아마존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마존이 제2 본사를 두 개 도시에 나누기로 한 것도 고급 IT 인력을 충분히 구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6일(현지시각) 미국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전체 대학 졸업자 192만명 가운데 컴퓨터 정보 과학과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학생의 비중은 9%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대학들이 해당 학과 정원을 적극 늘리고 있지만 기업들의 인력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빅 데이터, 엔지니어링,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부문의 전문 지식을 가졌거나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가진 IT 인력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뿐 아니라 금융업과 자동차 업계에서도 최근 수년간 수요가 급증했다.
해당 인력의 임금은 파죽지세로 뛰었다. 금융위기 이후 고용 개선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IT 부문 인력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30% 이상 치솟았다.
이는 노동부가 조사하는 12개 주요 업종 가운데 최고치에 해당하며, 민간 부문의 임금 상승률인 20%를 크게 웃도는 결과다.
MIT 이니셔티브의 에릭 브린졸프슨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IT 전문 인력을 놓고 ‘골드러시’가 벌어지고 있다”며 “특히 AI와 머신러닝 알고리즘 등 첨단 IT 부문의 인력 각축전이 뜨겁다”고 전했다.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가진 이들에게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연봉을 제시하고 있어 기존의 인력을 지키는 것도 커다란 과제라고 그는 말했다.
원하는 전문가들을 구하는 일이 날로 어려워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기업 경영자들의 불만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IT 전문 인력에게 적용되는 H-1B 비자 취득자 수를 연간 8만5000명으로 제한했고, 일자리 보호라는 명목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비자 발급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애플을 포함한 미국 IT 대기업 경영자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였고, 실리콘밸리에서 대규모 시위가 수 차례 열리기도 했다.
아마존이 당초 계획과 달리 제2 본사를 두 개 도시에 나눠 세우기로 한 것도 인력난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필요한 인력을 한 개 도시에서 모두 충원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다른 도시에서 원하는 인력을 구해 주택을 포함한 혜택을 제공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