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민원 매년 2만건 내외 발생
갈등 깊어지며 '폭행·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기도
주택 내 '소음 상습법' 강력 처벌 요구 빗발쳐
독일·미국 등 "악성소음은 범죄... 강제퇴거 조치"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층간소음 갈등 증가에 따른 강력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정부의 각종 권고에도 층간소음 문제가 줄어들지 않으며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월29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입주민이 70대 경비원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입주민은 경찰조사에서 “경비원이 층간소음 민원을 받아주지 않아 술에 취해 우발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같은 날 충남 천안에서도 층간소음 문제로 위층에 사는 40대 부부에게 흉기를 휘두른 A(49)씨가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의 층간소음 문제로 5년 전부터 갈등했다. A씨는 사건 발생 이전에도 위층에 찾아가 행패를 부리거나 협박 편지를 붙이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강력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층간소음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주거 형태가 아파트 등 다세대 주택으로 변화하며 층간소음 문제도 증가하는 추세다.
6일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센터가 개설된 201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접수된 민원은 총 12만7453건으로 집계됐다. 2013년 1만8524건이었던 민원은 지난해 2만2849건으로 4년 새 23%가량 증가했다.
다세대 주택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 민원은 대부분 아파트 관리실로 몰려든다. 서울 소재 한 아파트 경비원 임모(75)씨는 “경비가 무슨 힘으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냐”며 “민원이 들어와 위층에 전화해도 ‘나 혼자인데 누가 뛰냐’고 말하면 둘 다 주민이라 누구 편을 들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층간소음 피해자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직접 행동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고만으로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강화해 소음 유발 상습자를 법적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층간소음은 현행법상 경범죄에 해당해 10만원 이하의 벌금 및 구류 등 처벌이 가능하지만 실제 처분은 쉽지 않다. 소음 크기와 지속 시간, 고의성 여부 등을 따지다 보면 처벌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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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층간소음 처벌 강화’ 요구가 끊이질 않는다. 최근 한 청원인은 “휴식을 주는 집이 가장 고통 받는 곳이 됐다. 새벽 2시까지 쿵쿵거리고 가구 끄는 소리에 잠을 잘 수 없다. 층간소음은 매일 살인을 떠올릴 정도로 고통스럽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무조건 본인들이 아니라고 하는 윗집 사람들 태도에 더 미치겠다며 ”억울한 건 피해자가 이 모든 고통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청원자는 “현실적으로 나와 있는 대책에는 전혀 소음 피해자에 대한 구제 방안도 없고 오로지 이해하고 참으라는 대처방안들 뿐”이라며 “몇 십만 원짜리 벌금 말고 몇 백만 원 정도의 벌금형을 제정해야 잠재적인 층간소음 줄이고 사람들도 경각심을 가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층간소음 문제를 법으로 해결한 사례는 해외 선진국 곳곳에서 발견된다. 독일은 ‘민법’, ‘연방질서위반법’, ‘공해방지법’ 등에 의거, 소음을 발생시켜 이웃의 생활을 방해하면 △손해배상 △ 공공기관에 의한 과태료 부과 △사용금지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공공기관은 가해자에게 약 63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또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소음을 유발하면 계약을 해지하고 퇴거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미국 뉴욕에서도 뉴욕법에 따라 소음이 발생하면 관리사무소에서 3회 경고한 뒤 강제퇴거 조치를 취한다. 뉴저지에서는 소음 전담 공무원을 배치, 소음 발생자에게 최대 3번까지 약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