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교보생명 전략기획팀 부장 인터뷰
“행동의학 기반 건강증진사업 통해 만성질환 예방하고파”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하느님이 김 박사를 나한테 보내 주셨구만.”
김동진 교보생명 전략기획팀 부장이 지난 1999년 입사했을 때 교보생명 창업주인 고(故) 신용호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한마디는 의과대학 교수를 꿈꾸던 한 청년 의사를 20년 동안 ‘보험인’으로 살게 했다.
김 부장은 보험회사에 다니는 의사, 즉 사의(社醫)다. 서울대 의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사의는 보험회사가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의학 지식을 건넨다. 콘셉트, 위험률, 약관 등 상품 개발 전 과정을 ‘조언자’로서 함께한다. 상품이 개발되면 자료를 만들어 현장에 교육도 나간다. 국내에는 김 부장을 비롯해 20여 명의 사의가 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김동진 교보생명 전략기획팀 부장 2018.09.04 deepblue@newspim.com |
김 부장은 개발에 참여한 상품 중 ‘두번보장CI보험’에 애착을 갖고 있다. 중대한 암(CI)이 재발해도 한 번 더 보장해 주는 독창성을 인정받아 보험업계의 특허라 불리는 '배타적 사용권'을 받은 상품이다. 김 부장은 “한 번 암에 걸린 사람은 완치돼도 재발할 위험이 크다”며 “의료 현장에서 환자가 어떤 니즈를 가질까 생각하다 보니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지점장' 이색 경력까지
그는 입사한 지 13년 되던 해 돌연 지점 근무를 자원했다. 의사가 지점장이 되겠다니, 당시 업계에서는 그의 선택이 화제가 됐다. 현장 경험을 갖지 못하면 향후 제약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 현장은 김 부장의 예상보다도 훨씬 고단했다. 365일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일에 몸이 꽁꽁 묶였다. 김 부장은 “내가 철이 없어서 즉흥적인 결단을 꽤 한다”며 “그렇게 고생을 많이 할 줄 알았으면 지원을 안 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돌이켜보면 소중한 경험이지만 당시에는 소통이 꽤나 힘들었다. 신용불량자부터 연봉 20억 원까지 한 지점에 다양한 설계사가 소속돼 있었다. 이들이 접촉하는 고객군도 다양하다 보니 각각에 맞는 소통 방식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모범생’이 접해 왔던 한정적인 관계의 폭이 넓어지는 진통이었다. 김 부장은 “일부 FP들이 왜 열심히 일을 하지 않고, 왜 하라고 지시한 것을 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됐다”며 “리더로서 어떻게 하면 구성원이 열심히 일하도록 동기를 부여할지 소통에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 최종 꿈은 건강증진 회사 대표
1년 6개월간 영업 현장을 마치고 본사로 돌아왔다. 영업 교육, 언더라이팅, 보험지급 심사 등을 경험한 김 부장은 현재 전략기획팀에서 헬스케어 신사업 기획에 매진하고 있다. 핵심은 전 세계 트렌드로 떠오른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이다. 이 상품은 보험 가입자가 건강 관리를 하면 보험사는 보험료 할인을 해준다. 보험사, 가입자, 정부 모두에게 ‘윈윈(win-win)’인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김 부장은 “당뇨, 고혈압, 암, 심근경색 등은 습관이 잘못돼서 생기는 만성습관병”이라며 “국가에서도 해결하려고 하지만 예산의 90%가 치료에 집중돼 있다. 예방을 하려면 습관을 치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출시된 상품은 대부분 ‘하루에 1만 보 이상 걸으면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다소 단순한 방식이다. 향후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면 건강 관리 조건이 보다 정교해지고, 보험료 할인구간도 지금보다 넓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관건은 보험사가 가입자와의 정보 비대칭을 얼마나 줄이느냐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 산업계에서 정밀한 예측에 기반한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 상황에서 고객이 역선택을 하게 만드는 보험사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보험회사는 실시간 프라이싱(pricing) 등을 통해 고객을 유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김 부장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장치들을 개발하고 모으는 역할을 담당한다. 빅데이터 싸움인 만큼 소비자가 정보를 자주자주 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거다. 김 부장은 “만성질환을 예방해 고객을 건강하게 하자는 것이 큰 방향이지만 어느 회사와 제휴를 맺을지, 건강 관리 시 어떠한 혜택을 줄지 등 실현 방법은 회사마다 다르다”며 “어떻게 보험과 연결되면서 사업성 있게 할 것인지가 최대 고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토양을 열심히 다져 나가면 언젠간 과실을 거둘 거라 믿고 있다. “24개 전문과목 중 제일 마지막에 생긴 가정의학과를 전공했을 정도로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성향이 헬스케어 신사업을 하는 것에 잘 맞는 것 같다. 물론 방대한 정보를 압축시켜서 하나의 결과물로 만드는 작업은 어렵지만, 큰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즐겁다. 이렇게 경험을 쌓아 나중에 건강증진전문회사 대표가 된다면 행복할 것 같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