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불황 등 좌파 정당 국민 불만 속 당선
극우 보우소나루에 '민주주의 퇴행' 우려 목소리도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브라질에서 좌파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 속에 30여년 만에 극우 정부가 탄생하게 됐다. 28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에서 극우 사회자유당(PSL)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63)가 승리하면서다.
이날 브라질 연방선거법원(TSE)에 따르면 육군 대위 출신 보우소나루 후보는 55.2%의 득표율을 얻어 44.8%를 확보한 좌파 노동자당(PT)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에 압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1964~1985년 군사 독재 정권 이후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극우 행정부가 들어설 전망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좌)와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우) [사진=로이터 뉴스핌] |
보우소나루 후보는 깨끗한 정치와 정부 축소, 범죄 단속을 약속했다. 또 선진국과 협력하고 외교적 우선순위를 재정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포퓰리즘, 좌파 극단주의에 계속 놀아날 수 없다"며 "브라질의 운명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년간의 좌파 집권으로 인한 부패를 근절하는 공약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또 브라질을 성서(bible)와 헌법에 따라 통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관료주의를 줄이고, 번영을 위해 기업들을 자유롭게 해 브라질을 통합하겠다고 했다. 이어 재정 규율에 전념하겠다고 했으며 정부의 재정 적자를 조기에 없애겠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국민들의 좌파 노동자당(PT)에 대한 불만을 등에 업고 급부상했다. PT는 15년 가운데 13년을 집권했다. 하지만 2년 전 극심한 경기 불황과 정치 부패 스캔들에 속에 쫓겨났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민주주의 국가에서 좌파로부터 극적인 변혁이 이뤄졌다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PT의 아다지 후보는 부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차기 대선 후보군에서 탈락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후보를 대신해 출마했다. 아다지 후보는 3주 전 1차 투표 이후 보우소나루 후보의 뒤를 쫓았지만 공고한 그의 지지율은 꺾지 못했다.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수천명의 보우소나루 후보 지지자들은 그의 자택 밖에서 환호하며 폭죽을 터뜨렸다. 브라질 상업수도 상파울루에서도 폭죽과 자동차 경적이 울려 퍼졌다. 카멘 플로레스 PSL 지역 대표는 "브라질은 지금 파티 중"이라며 "브라질의 선한 사람들이 축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브라질의 트럼프'라 불린다. 1990년부터 일곱차례 연속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적폐 청산 공약 구호처럼 '오물을 청소하겠다'고 했고, 브라질을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한 바 있다. 그는 성장과 고용 확대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으며, 내년 중 연금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 경찰에게 범죄자들에 대한 발포 권한을 더 부여함으로써 도시와 농가의 범죄를 단속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더 많은 브라질 국민이 무기를 구입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해왔다.
일각에서는 보르소나루 후보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그가 브라질의 군사 독재 정권기를 옹호하고 좌파 인사에 대한 고문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서다. 여성과 게이, 소수 인종 등에 대한 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보르소나루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인권을 무시하고 시민의 자유를 축소하며 언론의 자유를 훼손할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다. 다만 이날 보르소나루 후보는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선거는 차분하고 질서정연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브라질은 양극화된 선거 운동 기간 여러 당파적 폭력에 시달렸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다만 수백명의 PT 진영 시위대가 상파울루의 파울리스타 대로에서 보르소나루 후보 승리에 대해 항의했다. 경찰 측은 최루탄을 이용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28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극우 사회자유당(PSL)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승리하자 상파울로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8.10.28 |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