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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생소한 ‘공공디자인’을 찾아서

기사입력 : 2018년10월19일 17:48

최종수정 : 2018년10월19일 17:48

‘2018 공공디자인 기획전 - 우리의 공간은 어떤가요?’
공공디자인은 보편성과 안정성…누구에게나 공평한 디자인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공공디자인 관련 교육 필요"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교통 표지판, 화장실 안내도, 횡단보도와 신호등, 공중전화와 가로등 등 도시 환경을 구성하는 시설물은 모두 공공디자인이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설계된 ‘공공디자인’이지만, 이 혜택을 받고 있는 국민들은 정작 공공디자인에 대한 인지가 없다는 게 현실이다.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진흥원)은 전시 ‘2018 공공디자인 기획전-우리의 공간은 어떤가요?’를 기획해 공공디자인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진흥원 관계자는 “2006년 ‘공공디자인’이란 용어가 처음 태동한 이례, 중앙정부와 민간에서 공공디자인을 친숙하게 하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여전히 익숙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2018 공공디자인 기획전 - 우리의 공간은 어떤가요?’에 전시된 서리풀 원두막과 서리풀 이글루, 온돌 꽃자리 의자 2018.10.18 89hklee@newspim.com

12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도 ‘공공디자인’이란 용어는 대중에게 생소하다는 게 진흥원의 입장이고 진단이다. 진흥원 조혜영 사무처장은 “공공디자인과 관련한 교육이 제대로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처장은 “학교나 기관에서 어렸을 적부터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공공디자인은 무엇이고 우리와 어떠한 관계를 맺는지 교육을 해야 하는데 진행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귀띔했다.

두 번째로는 ‘생활수준’과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조 처장은 “아직까지 우리의 생활수준이 공공디자인에 관심을 보일 정도까지 올라오지 않았다”고 바라봤다. 대다수의 시민들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한 동시에 사회적 시스템과 분위기 조성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상을 수상한 '도심으로 돌아온 등대'. 대전 대덕구 대화어린이공원 일대를 범죄예방 환경디자인 측면에서 접근해 개선한 프로젝트를 전시 ‘2018 공공디자인 기획전 - 우리의 공간은 어떤가요?’에서 소개하고 있다. 2018.10.18 89hklee@newspim.com

공공디자인은 심미적인 디자인과는 다르다. 공공디자인의 특징은 편의성과 안정성, 그리고 보편화다. 공공디자인으로 일상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삶의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고 장애인·고령자·어린이, 유모차 이용자 등 모두가 차별없이 편하게 이용하고 이동할 수 있다.

지난 11일부터 서울 엘 플랫폼서 개최 중인 디자인 전시 ‘카럴 마르턴스: 스틸 무빙(Karel Martens: Still Movin)’을 보면 공공디자인과 심미적 디자인의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카럴 마르턴스는 네덜란드 정부를 대표하는 동전, 우표, 전화카드 등을 디자인한 인물이다. 카럴은 일상에서 영감을 받지만 공공디자인과는 성격이 다른 작품을 쏟아낸다.

편의성과 공공성이 아닌 그의 감성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을 기획한다. 시간의 시, 분, 초가 주는 영감을 한국 태극기의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나타내거나, 숫자와 글자와 같은 텍스트를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바꿔 색과 이미지로 치환한 작품을 선보인다. 카럴 마르턴스는 최근 열린 전시 간담회에서 자신의 작업 세계에 대해 “항상 자신의 호기심을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 디자이너라면 모든 것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나는 시간에 관심이 있다”고 소개했다.

작가 카럴 마르턴스 [사진=플랫폼엘]

아울러 그는 매 순간이 평범하게 다가오지 않고 의식적인 영감을 준다고 밝혔다. 카럴은 “26개 알파벳으로 무한하게 소통할 수 있고 시간은 평범해 보이지만 놀라운 가능성을 가졌다. 무한한 조합성에 관심을 갖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공공디자인의 의미는 전시 ‘우리의 공간은 어떤가요?’에서 쉽게 소개하고 있다. 공공디자인은 단순히 건물이나 간판 등 물리적 환경을 바꾸는 역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방법론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전시장에는 ‘2018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서초구청의 ‘서리풀 원두막(트리)’, ‘서리풀 이글루’, ‘온돌 꽃자리 의자’를 소개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추위와 더위를 막아준 공공디자인의 사례로 꼽히며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이 외에 신호등을 횡단보도 안쪽으로 설치했을 때 보행자가 도로 앞으로 나오지 않아 사고율을 예방할 수 있는 디자인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차세대 여권 디자인을 소개하고 있다. 2018.10.18 89hklee@newspim.com

이번 전시에는 2020년 적용될 차세대 여권 디자인도 소개한다. 차세대 여권 디자인은 2007년 외교부와 문체부가 공동 주관한 '여권 디자인 공모전' 당선작을 기초로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수정·보안됐다.

차세대 여권 표지 이면은 한국의 상징적인 이미지와 문양과 미래적인 패턴을 12점으로 나눠 전시하고 있다.(보안상의 문제로 몇 가지 디자인은 소개하고 있지 않다) 차세대 여권 디자인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여권이 변경된 이유와 차세대 여권 디자인이 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점은 아쉽다.

이 같은 지적에 한국디자인공예진흥원 측은 “전시 준비를 3월부터 시작해 시간이 모자랐다. 최근 여권 색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이러한 이슈를 담지 못한 점도 인지하고 있다. 추후 관련 사항이나 여권에 대한 정보를 준비되는 대로 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권 표지의 디자인과 색깔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해 국민의 의견을 반영할 계획이다. 국민이 참여하는 공공디자인의 결과물이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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