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18만원에서 4만원대로 급락...경쟁심화에 기업가치 '뚝'
주택거래 감소·해외시장 부진도 영향...외인, 주가하락에 폭풍매도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이 시장 경쟁력 떨어지며 위기감에 휩싸였다. 가구시장의 경쟁심화, 업황 부진까지 겹치자 주가 하락을 예상한 공매도가 급격히 늘고 있다.
최근 12일 연속 흘러내리던 한샘은 급기야 전일(16일) 20% 이상 폭락하며 4만원대로 주저앉았다. 한샘의 주력 제품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주가는 연초대비 70% 넘게 폭락했다.
업황 전망도 좋지 않아 회복시기도 가늠하기 어렵다. 한샘의 매출 비중이 가장 큰 부엌가구 시장(부엌, 장롱, 침대, 소파 등) 규모는 소규모 기업이 난립해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지만 약 2조원대로 추정된다. 한샘은 이 사업부문에서 올해 상반기 매출 6914억원으로 시장 점유율 34%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약 38%)과 비교하면 4%포인트 하락했다.
최근 1년간 한샘의 주가 현황[자료=네이버금융 캡쳐] |
경쟁사의 강력한 도전으로 점유율 하락도 불가피해졌다. 지난 2012년 현대백화점 그룹에 편입된 종합가구회사 현대리바트는 외형 성장이 두드러진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데다 마케팅, 영업점 강화로 매출 확대가 이뤄졌다. B2B 매출 비중이 30%로, 가정용·사무용 가구에서 한샘과 경쟁중이다. 현대리바트는 작년 8800억원 매출에서 올해는 1조4300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이 한화L&C를 인수해 현대리바트의 리모델링 및 인테리어시장 점유율은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
‘가구공룡’ 이케아도 국내 시장에서 매출 규모를 키우고 있다. 경기도 광명과 고양에 매장을 연 이케아는 2018년 회계연도(2017년 9월~2018년 8월) 매출이 4716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늘었다. 연간 총 방문객 수도 870만명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지난달 오픈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로 온라인 판매도 강화하고 있다. 내년에는 경기도 용인시에서 국내 세번째 매장인 기흥점도 문을 연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가구업계 2~3위권 기업의 외형 성장이 두드러진 데다 경쟁심화로 마케팅비용이 늘자 한샘이 고전하는 분위기”라며 “매출 성장이 둔화했고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반토막 수준인 700억원대인 점도 주가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 반등에 대해선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가구업계는 주택건설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사 인구가 많을수록 침대, 가구, 소파 등을 포함한 가구용품의 교체가 이뤄진다. 하지만 올해 주택거래량이 전년대비 30% 정도 감소했고 대출금리 인상 및 규제로 향후 거래량도 부진할 것으로 보여 매출 확대가 쉽지 않다. 중국을 중심으로 도전한 해외시장도 성과가 미진한 상태다.
이렇다 보니 한샘의 주가 하락을 전망한 외국인들이 공매도를 늘리고 있다. 이달 들어 10거래일간 한샘의 공매도 거래량은 일일 평균 5만5929주로 지난달 같은 기간(1만261주) 대비 5배 넘게 늘었다. 주가가 21.17% 하락한 지난 17일에는 공매고 거래량이 25만3249주로 역대 최고치 수준으로 치솟았다. 최근 12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동안 외국인은 이틀 빼고 팔았다.
KTB투자증권 김선미 연구원은 “업황 부진과 경쟁 심화로 실적이 하락세를 보였고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71.0% 줄어든 142억원으로 잠정 집계되자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졌다”며 “부동산 규제로 부엌과 건재가 판매가 당장 살아나기 어려워 실적 회복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