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들 "사납금 없애면 난폭운전·승차거부도 사라질 것"
택시업체 "기사들 능력 달라…월급제가 오히려 역차별"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택시요금 4000원 된다고 좋아하는 기사 있으면 나와보라 해요. 열만 받지…."
5일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 7년가량 택시를 몰았다는 안모(68)씨는 택시요금 인상 이야기에 덜컥 얼굴을 붉혔다. "가뜩이나 서비스 엉망인 택시기사들이 돈만 챙긴다"는 시민들의 손가락질만 받게 됐다는 것이다. 안씨는 "어차피 요금이 오르면 손님은 줄어들 것"이라며 "사납금이 있는 한 택시기사에게 떨어지는 이문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택시와 버스 <사진=김학선 기자> |
최근 서울시가 택시요금을 4000원으로 인상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서울시는 2일 '택시노사민진정 협의체'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협의체는 시민·전문가·택시업계의 의견을 취합해 택시 기본요금을 4000원으로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권고안을 서울시에 냈다. 서울시는 권고안을 토대로 본격적인 인상안을 만들 예정이다. 다만 시는 2일 전체회의에서 구체적인 택시요금과 정확한 인상 시기는 정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요금인상 풍문에도 법인택시 운전사들의 표정은 여전히 울상이다. 사납금 제도 탓이다. 사납금 제도는 택시 차량을 대여해주는 회사에 하루동안 벌어들인 수입의 일정액을 내는 제도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택시업계 일일 사납금은 약 14만~17만원이다. 사납금은 회사·시간대·지역에 따라 각각 달라진다. 사납금을 채운 뒤에야 법인택시 운전사는 자신의 수당을 오롯이 챙겨갈 수 있다.
법인택시 운전사들은 요금 인상으로 손님은 줄어드는 반면 사납금은 오를 것이 빤해 오히려 더 생활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법인 택시기사 서원수(59)씨는 "실제로 임금이 인상되면 2~3개월간은 손님이 확연하게 줄어든다"며 "사납금 제도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들이 고정적인 월급을 받을 수 있어야 택시의 과다경쟁이 사라지고, 자연스레 승차거부·과속운전도 없앨 수 있다고 서씨는 말했다.
물론 서울시는 지난달 20일 서울 법인택시 회사 254개가 가입된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합의해 택시요금이 인상되더라도 6개월간 사납금을 동결하게끔 협약했다. 또 사납금 동결 6개월이 지난 후에는 동결 기간 택시기사의 늘어난 수입을 분석해, 늘어난 금액의 20%만 사납금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택시기사의 실질 수입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 /김학선 기자 yooksa@ |
그럼에도 택시 기사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김성재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서울시가 6개월간 사납금 동결을 이야기한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그렇다고 꾸준히 갈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는 "워낙 다양한 꼼수가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며 "우리의 요구는 임금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월급제로 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사납금은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비"라며 "사람의 능력이 다 다른데 월급이 똑같을 순 없다"고 말했다. 또 "월급제를 원하지 않는 기사들도 분명 존재한다"며 "사납금을 없애면 손님들의 불편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납금 인상에 대해서도 "노사간 합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한편 서울시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택시요금 인상안은 10월 중으로 작성해, 11월 1일 개원하는 서울시의회 정례회 의견청취 안건으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택시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말부터 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