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철 신한금융투자 한반도신경제팀 연구원 인터뷰
"미·북 수교 없는 남북경협은 팥 없는 찐빵"
"미·북 수교 되면 개성공단에 대기업도 들어갈 것"
[서울=뉴스핌] 김형락 기자 = "남북경협은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바뀌는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이 수교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협을 말하는 건 사상누각과 같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정상국가로 인정받아야 제대로 된 교역이 이뤄질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한반도신경제팀 이사 2018.07.03 leehs@newspim.com |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한반도신경제팀 이사는 뉴스핌·월간 ANDA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논하기에 앞서 미·북 수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 이사는 IT 담당 애널리스트이자 북한경제학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북한 전문가다. 그는 북한 관련 PT 자료를 준비할 때 항상 절반 이상을 '정치'에 할애한다. 소 이사는 "누구나 개성공단 협력, 원산 카지노단지 개발 등을 얘기하지만 그런 사업은 정치라는 큰 그림이 바뀌면 금방 시행될 수 있다"며 "정치 구도를 이해하지 않고 한반도 신경제를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최근 달라진 한반도 분위기도 국제 정치의 구조적 변화를 주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과거 미국이 한반도에서 일방적으로 패권을 행사했다면, 지금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한창"이라며 "북한이 미·중 사이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미국과 협상할 수 있는 국가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경제협력의 핵심 열쇠는 '미·북 수교'
소 이사는 인터뷰 내내 미·북 수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미국과 북한이 수교를 해야 남북 경협도 구조적으로 바뀐다는 해석이다. 그는 베트남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베트남이 1986년 개방·개혁 정책 '도이모이'를 실행했을 때 경제가 바로 좋아지지 않았다"며 "1995년 미국과 수교하면서 경제가 본격적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과 수교한 다음 국제 무역기구나 금융기구에 가입하면 본격적으로 해외 선진국도 북한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미·북 수교 없는 남북 경협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 이사는 "경협에서 제일 중요한 게 개성공단이란 건 모두가 알지만 지금 상태에서 개성공단이 진행돼 봐야 큰 의미가 없다"며 "미국과 유럽연합이 북한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성공단이 열리면 생산 제품을 일부 국가로 수출하는 의미가 있지만 남북 경제가 구조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진단이다.
개성공단이 첨단산업단지로 도약할 발판도 결국 미·북 수교다. 그는 "수교가 이뤄져 미국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면 개성공단에 섬유 업체 등 중소기업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대기업까지 들어갈 수 있다"며 "개성공단의 가치는 지금보다 10배 이상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양질의 노동력', '풍부한 지하자원'은 북한이 가진 잠재력
북한의 잠재력으로 양질의 노동력과 풍부한 지하자원을 거론했다. 북한의 인건비는 한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한 베트남보다 싸다. 북한의 잠재적 과학기술 수준도 높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소프트웨어 인력도 있다. 자본력이 부족한 북한은 1990년대 후반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내세우며 자본집약적 산업 대신 인도처럼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했다.
IT 담당 애널리스트인 소 이사는 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북한에 500만 대의 스마트폰이 보급돼 있고 스마트폰, 태블릿PC도 자체 생산하고 있다"며 "한국의 대기업, 중견기업이 북한에 진출하면 이들 인력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잠재력은 북한이 가진 천연자원이다. 북한에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데 필수 자원인 희토류와 마그네사이트가 많이 매장돼 있다. 희토류는 반도체 생산의 핵심 소재이고, 마그네사이트는 자동차 초경량 부품으로 쓰인다. 전력과 생산시설이 부족한 북한은 가치 있는 지하자원을 제련하지 않고 원재료로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소 이사는 북한의 지하자원 잠재가치가 6조2000억달러(약 6935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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