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단독주택 거래량 2010년 후 증가세..작년 역대 최고치
전문가들 "단독주택, 여러 용도 사용 가능..가치 상승 기대"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이 일하는 곳은 어딜까. 주로 오피스가 밀집한 빌딩숲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고정관념은 금물이다. 컴퓨터와 전화기만 있다면 단독주택도 훌륭한 업무시설이 될 수 있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단독주택을 개조해서 사무실을 비롯한 다른 용도로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파트와 오피스는 각각 주거와 업무 용도를 제외하고는 사용하기 어려운 반면 단독주택은 다양한 목적으로 개조할 수 있다.
사무실로 리모델링해 사용되고 있는 단독주택들 [사진=김성수 기자] |
해운회사를 운영하는 A씨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단독주택을 임차해 사무실을 얻었다. 일반 오피스보다 임대료가 비쌌지만 그가 단독주택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차갑고 삭막한 오피스가 아니라 단독주택에서 일하다 보니 기분이 편안하고 좋아졌다. 큰 길가에 있는 건물이 아니라서 그런지 주변도 조용했다. 광화문 근처 사무실이라면 가끔 집회로 인한 소음이 들릴 법도 한데 여기서는 그런 소음도 없다.
다른 회사들과 붙어있지 않으니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고립될 우려는 없었다. 전화와 컴퓨터로 얼마든지 외부와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처에 동종업계 회사들도 있기 때문에 업계와 완전히 떨어져 있지 않으면서도 공존하는 것이 가능했다.
A씨는 "요즘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서 사무실을 마련하는 게 트렌드"라며 "회사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다들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이다보니 화장실 청소하는 게 좀 불편하지만 이전에 오피스에서 일할 때보다 만족하고 있다"며 "일단 (사무실이) 예쁘고 조용하다"고 덧붙였다.
근처 골목에 있는 다른 회사들도 단독주택을 사무실로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고 있다. 주거시설로는 단독주택보다 아파트가 선호되지만 용도의 다양성에서는 단독주택이 아파트나 오피스보다 낫다는 반응이었다.
광고·홍보 회사를 운영하는 B씨는 "살기엔 아파트가 편하지만 단독주택은 주거기능하고 업무기능을 모두 담당할 수 있다"며 "오피스는 업무 공간으로 쓸 수 있어도 주거 공간으로 쓸 수는 없으니 그런 점에서도 단독주택이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 단독주택 거래량도 2010년 이후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단독주택 거래량은 2010년 8만1000여가구에서 2012년 10만5000여가구, 2014년 13만1000여가구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6만2673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1~8월까지 9만876건 거래됐다.
서울 자치구별 단독주택 거래량을 보면 올해 1~8월 기준 동대문구가 1034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북구(978건), 관악구(920건), 용산구(722건), 은평구(691건)가 뒤를 이었다. 서초구(242건), 강남구(235건), 도봉구(200건) 등은 거래량이 적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단독주택 용도 변경은 6086건으로 전체 건축물 용도 변경 중 가장 많은 비중(18%)을 차지했다.
단독주택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독주택이 아파트나 빌딩보다 활용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어서 단독주택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제일종합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은 용도가 다양하면 가치가 상승하게 돼 있다"며 "단독주택은 주거, 전시관, 식당, 카페, 사무실, 상가주택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고 재건축해서 빌라로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면적이 231㎡(약 70평) 이상인 단독주택은 엘리베이터 놓기에도 좋다"며 "도로 너비가 6미터(m) 이상이고 막다른 골목에 있거나 골목 끝에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단독주택에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서울에서 단독주택 가격은 3.3㎡(평)당 1500만~1억5000만원을 호가한다"며 "압구정동에서는 1억이 넘는 가격에도 거래된다"고 귀띔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 연남동을 비롯한 지역에서 단독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하고 카페나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아파트는 구조적으로 정형화돼 있어서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가 불편한 반면 단독주택은 그런 제약이 적은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아파트 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트렌드가 많이 활성화된 것도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단독주택 투자가) 부각이 됐다"고 설명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