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영업행위 윤리준칙 마련...내달 시행
기존 윤리강령·내부통제규정과 차이 없어…"생색내기"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은행권이 오는 9월부터 소비자들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지켜야 하는 '영업행위 윤리준칙'을 시행한다.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보호 강화를 강조한 결과다. 그러나 새 윤리준칙은 기존 규정을 재탕하는데 그쳐 생색만 냈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가 제정한 '은행 영업행위 윤리준칙'이 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각 은행은 내규에 이 준칙을 반영하거나 별도의 준칙을 마련해야 한다.
윤리준칙은 △영업행위 기본원칙 △상품 공시 및 광고 △계좌관리 및 유지 △고객정보보호 △민원(분쟁) 해결 △윤리준칙 점검 및 내부통제로 구성된다.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불완전 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부당 행위가 발생하면 이를 임직원 평가 등에 반영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윤리준칙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주요 은행은 이미 윤리강령이나 내부통제규정 등에 이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이미 적용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과 은행들의 현행 내규를 총 망라한 것"이라며 "새로 포함되는 내용이나 의미가 있는 내용은 사실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은행들은 기존 내규를 재탕한 새 윤리준칙을 제정하거나, 보여주기식 다짐 행사로 박자를 맞추고 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최근 영업행위 윤리준칙을 새로 만들고 이행 선언행사를 가졌다. 은행장이 나서 금융당국의 소비자 보호 강화에 선제 대응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기존 규정의 포장을 바꿨을 뿐 크게 달라진 내용은 없다.
다른 은행들도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부 검토 결과 내규와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 오는 31일 은행장이 참석하는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도 내달 초 내규 정비를 위한 내용을 검토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에서 영업 윤리를 강조하고 있어 은행권이 다들 따라가는 분위기"라며 "연합회가 만든 준칙에 맞춰 새로 제정도 하고 일종의 퍼포먼스도 하지만, 기존 규정을 더 잘 준수하라는 의미로 이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생색내기식 대응에 나선 것은 감독당국의 엄포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은행연합회를 비롯한 금융협회를 모아 윤리준칙 제정을 주문한 데 이어 윤석헌 금감원장도 소비자 권리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윤 원장은 "사전적인 소비자 보호장치 틀을 만들고 사후적으로도 관리하는 과정에서 지금부터 금융회사들과의 전쟁을 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감독검사 역량의 많은 부분을 불완전 판매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내부통제 부실로 소비자보호에 실패한 기관·경영진에 대해서는 영업정지·해임권고 등 엄중 제재를 부과하겠다고도 했다.
결국 금감원의 으름장에 은행권이 눈치보기식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직적인 소비자 보호 강화보다는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보호원 대표는 "실질적인 실천으로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보여주는게 우선인데 기존 준칙을 되새긴다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소비자 민원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무엇을 개선했고, 그 결과 문제가 얼마나 줄었는지 구체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