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포함 외화 부채 '눈덩이' 신흥국 통화 약세 지속되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터키 리라화가 사상 최저치에서 반등, 위기 사태가 진정됐지만 신흥국이 과거 수년간 대규모로 발행한 외화 표시 채권을 둘러싼 경계감은 오히려 높아졌다.
최근 상황이 저금리에 기대 채권시장에서 값싼 자금을 동원했던 신흥국의 잠재 리스크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터키 리라[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앙은행과 정부의 비상 대책이 통화 가치 폭락과 금융시장의 극심한 혼란에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하는 벼랑 끝 상황이 눈덩이 대외 부채를 떠안은 다른 신흥국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것.
터키 채권을 보유한 유럽 은행의 주가가 동반 급락한 데서 보듯 신흥국 부채 위기는 전세계 금융시스템을 통째로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신장 프로덕션 앤 코프(XPCC)가 7300만달러 규모의 채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는 소식은 신흥국 채권시장의 ‘곰’들에게 설득력을 실었다.
14일(현지시각) 국제결제은행(IIF)에 따르면 2025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신흥국의 달러화 표시 채권 규모는 2조7000억달러에 달한다.
연내 만기를 앞둔 신흥국의 달러화 표시 대출 및 채권액이 각각 1445억달러와 735억달러로 파악됐고, 내년 만기 규모는 각각 2453억달러와 2600억달러로 불어난다. 이어 2022년까지 신흥국은 연간 총 4000억달러를 웃도는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신흥국 통화가 연초 이후 반토막에 가까운 폭락을 연출한 리라화와 같은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최근 관련 통화의 동반 급락과 중국 위안화의 지속적인 약세까지 시장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달러화를 포함한 외화 표시 부채가 많은 신흥국일수록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가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헝가리와 아르헨티나, 칠레의 외화 표시 채권이 GDP의 절반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달러화 상승 기류와 미국을 필두로 한 금리 상승, 여기에 해외 자금 유입의 둔화가 겹치면서 만기 상환 부담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가 터키 사태 이전부터 신흥국 통화에 하락 압박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인도 루피화를 포함한 해당 통화가 리라화와 동반 급락한 만큼 위기 상황의 전염 리스크가 진화되지 않았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이날 루피화는 1달러 당 70루피 선을 넘으면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아르헨티나 페소화 역시 2% 선에서 하락했다. 전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40%에서 45%로 대폭 높였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터키가 급한 불을 끈 것으로 보이지만 위기 상황이 해소되지 않았고, 투자자들 사이에 이머징마켓 자산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 나타나는지 여부가 당분간 금융시장의 핵심 쟁점이라고 전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