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래 먹거리 집중 겨냥, 군사력도 견제 대상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공식 부과, 무역전쟁 협박이 현실로 불거진 가운데 주요 타깃이 이른바 ‘메이드 인 차이나 2025(중국제조 2025)’에 집중된 점이 시선을 끌고 있다.
저렴한 인력을 앞세운 세계의 공장에서 탈피, 첨단 IT와 자동차 및 기계 산업을 육성시켜 제조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중국의 미래 성장 전략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 셈.
<사진=바이두> |
미국이 중국의 미래 먹거리를 정조준한 데 대해 이번 관세 전면전의 실상은 G2(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6일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를 포함한 중국 언론들은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818개 품목이 대부분 ‘중국 제조 2025’를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전자제품과 기계류, 통신 및 IT 기술이 주요 타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818개 품목 가운데 원자로와 보일러, 기계 비중이 51%에 달했고, 전기 모터와 관련 기계, 배터리와 전자 회로 등이 23%로 파악됐다.
이는 미국의 공식적인 관세 발표에 앞서 예상됐던 일이다. 이 때문에 일부 외신은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에 대한 언론 보도를 지양할 것을 권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발표에 블룸버그를 포함한 외신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동시에 글로벌 경제와 군사 우위를 차지하려는 패권 다툼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시장 경제라는 원리를 앞세워 글로벌 경제에 지배력을 쥐고 있던 미국 입장에서 반도체와 전기차, 인공지능(WI), 디지털 기기 등 차세대 성장 동력을 장악하겠다고 나선 중국은 견제의 대상이라는 얘기다.
척 슈머 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미국 경제의 미래를 위협 받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 강경 노선을 요구한 것은 중국에 대한 워싱턴 정치권의 경계감을 드러내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소프트웨어와 로봇, 에너지 등 첨단 기술 측면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입지를 갖췄고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을 21세기 경제 파워로 성장시킨다는 것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복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시행에 앞서 중국 통신 대기업 ZTE에 강력한 제재를 시행, 미국 기업과 거래를 단절시켰던 것이나 그 밖에 IT 기업의 미국 투자를 차단하려는 움직임은 중국의 추격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경계하는 것은 중국의 경제 성장과 IT 기술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군사력도 포함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 1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을 ‘약탈적 경제를 활용해 이웃 나라를 위협하는 전략적 경쟁자’로 지칭한 것은 이 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아울러 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경제적 군사적 패권을 놓고 전개된 양국의 무역전쟁에 휴전이나 협상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오히려 한층 과격한 전략이 동원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윌 샤이 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별도의 첨단 산업 단지를 두거나 세금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인텔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업계의 중국 생산라인을 폐쇄시키는 방안을 시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IT 공급망이 통째로 위협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프 라비 전 주중 호주 대사는 C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로 인해 실물경기에 심각하게 흠집이 발생할 때까지 전면전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