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4종 동시 예방…8개 제약사 맞붙어
그해 못 팔면 폐기처분…분주한 영업·마케팅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주사 한 번으로 4종류의 독감 바이러스 예방이 가능한 4가 백신. 그동안 글로벌 기업이 점령하고 있었지만, 국내 제약사도 뛰어들면서 시장이 재편성되고 있다. 특히 올가을 접종 시즌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을 독감 예방접종 시즌이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4가 백신을 생산하는 제약사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 GSK·사노피, 영유아 적응증 획득하며 시장 선점
글로벌 기업 GSK는 세계 최초 4가 독감 백신인 ‘플루아릭스 테트라’를 만든 곳이다. 의약품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 데이터에 따르면 유정란 독감 백신인 ‘플루아릭스 테트라’는 2016년 이어 지난해 2년 연속 4가 독감백신 부문 한국 판매 1위를 달성했다.
특히 지난 5월 우리나라 4가 백신 최초로 생후 6개월 이상 3세 미만 소아를 대상으로 승인받아, 올해 역시 폭발적인 판매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뒤이어 사노피 파스퇴르 역시 지난달 15일 4가 인플루엔자 백신 제품 ‘박씨그리프테트라주’에 대해 생후 6개월 이상 3세 미만에서 접종할 수 있도록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았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헬스케어 기업 사노피그룹의 백신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4가 인플루엔자 백신 제품 ‘박씨그리프테트라’를 한국에 출시했다. 박씨그리프테프라는 사노피의 3가백신 제품인 박씨그리프에 B형독감 바이러스를 추가해 만든 것이다.
◆ 뒤쫓는 토종 4가 백신… 국내 첫 백신전문회사 탄생
글로벌 제약사들이 접종 연령 승인을 영유아까지 확대한 가운데 국내 제약사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 2일 백신 사업 강화를 위해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시켰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존 SK케미칼 백신사업부문장이었던 안재용 대표가 맡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포배양 방식의 백신 ‘스카이셀플루’와 ‘스카이셀플루4가’를 보유하고 있다.
세포배양 백신은 유정란 백신보다 효과와 안전성은 뒤떨어지지 않으면서, 계란 알레르기와 항생제 부작용의 우려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스카이셀플루4가는 만 3세 이상의 전 연령에서 접종할 수 있으며, 현재 만 6~35개월 대상 접종 승인을 받기 위해 임상을 진행 중이다.
백신제제 강자 ‘GC녹십자’는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4가 백신 개발에 성공한 곳이다. 2015년 GC녹십자는 유정란 방식으로 생산하는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를 아시아 제약회사 가운데 최초로 4가 독감 백신으로 허가 받았다.
지난해 주사의 접종 연령을 만 3세 미만 영유아까지 포함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해, 올해 식약처에 허가 신청을 마친 상태다. 또 지난 3월 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의 2018년 남반구 의약품 입찰에서 3700만 달러(410억3670억원) 규모의 독감백신 수주에 성공하며 이목이 쏠렸다.
이 밖에 보령바이오파마 ‘보령플루V테트라’ 및 ‘보령플루Ⅷ테트라’, 동아에스티 ‘백씨플루4가’, 한국백신 ‘코박스인플루4가PF’, 일양약품의 ‘테라텍트 프리필드시린지주’ 등이 뒤쫓고 있다.
◆ 빗나간 WHO 예측… 4가 독감 백신 접종 수요 급증
이처럼 올해 4가 백신 시장 경쟁이 치열한 주요 원인은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 예측이 틀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WHO가 지난 겨울 한국이 포함된 북반구에서 유행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이러스는 A형 H1N1과 H3N, B형 빅토리아형이다. 제약회사들은 이에 맞춰 3가지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갖는 독감 백신을 생산했다.
하지만 B형의 경우 빅토리아형 이외에 야마가타형도 검출되면서 올해 봄까지 병원에 독감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2월부터 발령했던 독감 유행주의보를 지난 5월 25일이 돼서야 해제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4가지 바이러스주 모두 예방이 가능한 4가 백신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에서는 9월부터 독감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며, 백신 생산 기업들은 적어도 다음 달 말까지 생산을 완료해야 하므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백신은 매년 균주가 다르기 때문에 생산한 해에 팔지 못하면 모두 폐기한다”며 “경쟁 제약사들이 늘어나면서 올해는 영업팀이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