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 130명 사살·1만3000명 체포…"초법적" 국제사회 맹비난
[서울=뉴스핌] 조재완 인턴기자 = 마약과 전쟁중인 방글라데시 정부가 초강경 범죄단속을 펼치면서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방글라데시 경찰이 지난 3주간 약 130명을 사살하고 1만3000명을 체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유엔(UN) 발표를 인용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방글라데시가 4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필리핀식 범죄 소탕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 방글라데시 정부, 유혈불사…"초법적 처형" 국제사회 비난
방글라데시 총리 셰이크 하시나는 지난달 초 불법약물·마약 거래에 '무관용(Zero Tolerance)' 정책을 선포했다. 유혈사태도 불사하겠다는 초강경 대응책이다.
'무관용' 정책 선포한 방글라데시 총리 셰이크 하시나(Sheikh Hasina).[사진=로이터 뉴스핌] |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메스암페타민 '야바(ya ba)'의 확산을 막겠다고 방글라데시 정부는 초강수를 뒀다. 메스암페타민은 흔히 필로폰으로 알려진 각성제다. 정부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야바 거래 규모는 연간 30억달러(약 3조2000억원)에 이른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 자이드 라아드 알후세인은 이날 "그 누구도 개인이 약물을 복용하거나 판매할 권리 자체를 박탈해선 안된다"며 방글라데시 정부에 목숨을 잃은 백여 명 사태에 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불법 마약 판매 및 밀거래가 개인과 사회 전체에 엄청난 고통을 초래한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적법한 절차 없이 자행되는 살인과 체포 행위, 항변의 여지없이 약물복용자들에게 낙인찍는 방식이 이뤄져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으나 이들 중 '무고한' 이는 단 한명도 없다고 방글라데시 정부는 확언했다. 하지만 실수는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모든 상황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유엔 대변인 라비나 샴다사니는 방글라데시 법무부장관이 진상조사를 약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는 건 물론, 가해자를 심판하겠다는 관념에 입각해 독립적이고 투명하며 의미있는 조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초법적인 처형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일축한 바 있다. 당시 당국은 정부의 강력한 단속조치가 국민 지지를 얻고 있다며 정책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 방글라데시 "자국민 보호차원 소탕작전" vs 로힝야 "박해받는 난민들 일자리도 없어"
"초법적 살상"이란 UN 인권이사회의 강도 높은 비판에 방글라데시 정부는 "부득이한 상황에서의 반격"이라고 해명했다.
방글라데시 내무부장관 아사두자만 칸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린 누구도 죽이지 않는다"며 "경찰들은 공격이 날아올 때 어쩔 수 없이 반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젊은 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마약범죄를 몰아내는 단속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를 지지한다"고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단속 대상인 '야바'는 미얀마 북동부에서 방글라데시로 밀수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자국 내 메스암페타민 거래가 급격히 늘어난 데 미얀마 로힝야족 난민에 책임을 묻고 있다.
유엔난민기구와 미얀마 정부는 6일(현지시각) 70만 로힝야 난민 송환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이미지=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로힝야족 역시 '사면초가'에 놓여있다.
로힝야족은 난민 대부분이 합법적으로 일을 하거나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젊은 세대가 범죄 현장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로힝야족은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이다. 이들은 불교가 주 종교인 미얀마에서 박해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얀마 정부와 대치상태에 있다. 지난해 미얀마 정부군이 반군 소탕작전을 펼치며 로힝야족 수천명이 죽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난민은 70만명에 이른다.
인권운동가들은 방글라데시 정부의 마약범죄 소탕 정책이 필리핀식 마약 단속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필리핀 역시 마약범죄를 뿌리뽑겠다며 강도높은 단속을 해오고 있다. 2016년 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후 2년간 목숨을 잃은 이는 4000명이 넘는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 자이드 라아드 알후세인은 발표한 성명서에서 방글라데시 정부의 초강력 탄압 대상이 주로 빈민가 거주층인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방글라데시가 유엔인권이사회에 정기 보고를 한 다음날인 지난달 15일부터 초강력 탄압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