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가 아니라 선진 10개 통화가 주축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선진국을 중심으로 외환시장의 캐리 트레이드가 부활했다.
이탈리아를 필두로 스페인, 슬로베니아까지 번진 정치권 리스크로 인해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상승, 캐리 트레이드에 불리한 여건이 형성됐지만 달러화 상승 기류가 열기를 점화시켰다는 분석이다.
미 달러화[사진=로이터 뉴스핌] |
5일(현지시각)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선진 10개국 통화 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지수가 220까지 치솟았다. 지수는 지난 2월 207.8에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연초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역 캐리 전략을 추천하는 등 투자은행(IB) 업계에 비관론이 우세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지역의 통화로 자금을 차환해 고금리 지역의 자산을 매입해 수익률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외환시장의 트레이더들은 리스크와 변동성이 낮을 때 적극적으로 캐리 전략을 동원한다. 저수익률 통화가 횡보하거나 약세를 보이는 한편 고수익률 통화가 상승 탄력을 받을 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할 때 최근 금융시장 상황은 캐리 트레이드에 부적절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당 등장과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퇴진, 이어 슬로베니아 총선에서 우파 정당인 슬로베니아민주당의 승리까지 정치권 리스크가 꼬리를 물면서 시장 변동성을 부추겼기 때문.
불리한 여건에도 캐리 트레이드가 인기몰이를 하는 동시에 쏠쏠한 수익률을 제공한 것은 달러화 상승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월 초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률이 2016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이후 3개월 사이 강한 반전을 이룬 것은 미국 국채 수익률과 달러화의 동반 상승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화는 미 국채 수익률이 큰 폭으로 뛰기 시작한 지난 4월 이후 주요 통화에 대해 4% 상승했다.
도이체방크의 앨런 러스킨 외환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최근 수 개월 사이 캐리 트레이드의 중심 축은 달러화”라며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또 한 가지 특징적인 부분은 최근 이머징마켓 통화를 축으로 했던 캐리 트레이드가 선진국 통화로 무대를 옮겼다는 점이다.
선진국 10개 통화 가운데 금리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통화가 트레이더들의 타깃으로 부상했다는 얘기다.
일본 엔화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엔화는 정치권 소용돌이 속에 탄탄한 상승 흐름을 탔다.
시장 전문가들은 선진국 통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캐리 트레이드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