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파악한 피해자 1만6000명 중 30%만 실명 자료 존재
개인 특정할 수 있어야 보상·구제 가능…전국 변호단도 결성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에서 '구 우생보호법'에 근거해 불임수술을 강요당한 피해자들 중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 914명분이 새롭게 발견됐다고 28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달 중순 일본 전국 지자체에 우생보호법과 관련한 두번째 조사에 나섰다.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의 유무를 파악하는 조사로, 지난번 조사는 2월 말~3월 중순에 이뤄졌다.
우생보호법은 장애인이나 유전 병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강제로 불임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지난 1948년 제정됐다가 인권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1996년 폐지됐다. 일본 정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1만6475명의 장애인이 이 법에 의해 강제 불임 수술을 받았다.
구 우생보호법 [사진=NHK] |
신문에 따르면 914명분의 명단이 발견된 곳은 11개의 도도부현(都道府県·일본의 행정구역)이었다. 이로써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피해자는 29개 도도부현의 4773명분으로 늘었다. 이는 일본 정부가 파악한 수술 피해자의 약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2~3월에 시행했던 아사히신문의 첫 전국조사에선 26개 도도부현에서 총 3861명분이 있다고 답변했었다.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는 피해보상에 있어 중요하기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의료기관, 공문서관(기록물보관소)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조사에 나서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도 지난 3월 각 지자체에 자료보존을 요청해 6월말까지 보고를 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가장 많은 자료가 밝혀진 곳은 미야기(宮城)현으로 이번 조사에서 새로 발견된 명단이 532명분이었다. 후생노동성이 파악한 미야기현 수술 피해자수(1406명)에 근접한 1391명분의 자료가 확인된 상태다. 미야기현 측은 지난 1월 현내의 한 여성이 제소한 일을 계기로 현의 공문서관을 다시 찾은 결과 2월 하순에 '우생보호'라고 쓰인 4월의 자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일본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홋카이도(北海道)는 각 보건소를 조사한 결과 병원에 지불내역을 기록한 예산서류를 발견했다. 마이크로필름으로 관리된 우생보호심사회의 공문서와 함께 총 106명의 개인명의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게 됐다.
도쿄(東京)도는 3월 이후 도 내의 병원·복지시설등 약 2200곳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도립병원의 창고에서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가 쓰인 '수술보고서' 30명분을 새로 발견했다.
이시가와(石川)현에선 현청의 지하서고와 저출산대책감실에서 수술대장과 후생보호심사회 기록을 발견해 새로이 114명의 개인을 특정했다. 교토(京都)부는 4월에 부 내에 있는 시설을 조사해 '강제우생수술관계철'이라고 쓰인 자료를 발견했다. 1958년에 수술받은 남성 7명·여성 5명의 기록이 있었다.
한편 18곳의 부·현에서는 "보관기간이 지나 자료를 폐기했다"고 밝히는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발견하지 못했다.
◆ 184명 변호사가 전국 변호단 결성
27일엔 도쿄에서 전국 변호단이 결성됐다. 공동대표인 니시사토 고지(新里宏二) 변호사는 "오랜기간 피해자들을 방치해왔던 국가에 조기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다"며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피해자를 구제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호단 결성대회에는 정신외과의인 오카다 야스오(岡田靖雄)씨가 참가해 "30대 여성환자에 대한 강제불임수술을 신청한 적이 있고, 수술에도 입회했었다"고 고백했다. 오카다 씨는 "당시 우생보호법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었다"며 "수술에 관여했던 이상 정신외과의도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대회에 참가했던 청각장애가 있는 70대 남성은 질의응답에서 같은 장애를 갖고 있는 가족이 수술을 강요했다는 경험을 밝히며 "장애인은 결혼을 해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마음을 부정당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호소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