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4일 공개변론 개최...2012년 4대4로 합헌 결정이후 6년만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24일 공개변론을 통해 찬반 의견을 청취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우선돼야 한다는 청구인 측 주장과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해관계인 측 주장이 팽팽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재동 소재 대심판정에서 낙태죄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번 사건은 산부인과 의사 정모씨가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9회에 걸쳐 임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되자 1심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당해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정 씨는 지난해 2월 8일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심판대상조항은 형법 269조 1항 ‘자기낙태죄’와 270조 1항 ‘의사낙태죄’다. 자기낙태죄는 낙태한 여성에게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을, 의사낙태죄는 임부의 동의로 낙태 시술을 한 의사에게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구인 측은 공개변론에서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가 될 수 없으며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태아는 그 생존과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므로 태아가 별개의 생명체로서 모(母)와 동등한 수준의 생명이라 볼 수 없다”며 “생명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준비된 임신의 경우에도 임신으로 인한 해고와 경력단절, 과로로 인한 유산 등 차별적 현실에 노출된다. 미혼모와 미성년자의 임신은 임신·출산·양육 모든 과정에서 온갖 비난과 사회적 차별을 감내해야 하고 재앙적 미래를 감당해야 한다”면서 “불가피하게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이 합법적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불법시술로 목숨을 잃기도,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고통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반면 법무부는 태아의 생명권이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쉽게 부정되어선 안 될 기본권이라 주장했다.
법무부 측은 “형법은 사람을 해치면 살인죄로, 태아를 해치면 낙태죄로 처벌한다. 같은 생명권이지만 위상이 다를 순 있지만 태아의 생명권이 부정돼야 된다는 의견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2012년 8월 태아의 생명권을 우선시하며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린 헌재 결정을 바꿔야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또 “모자보건법이 규정하고 있는 낙태허용사유가 좁다는 등 논의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지만 이는 입법재량의 문제이고 우리 국회가 현명하게 대처할 것”이라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공개변론에 참석해 양측 주장에 힘을 보탰다. 청구인 측 참고인인 고경심(산부인과 전문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이사는 “이젠 ‘안전한 낙태’를 중심으로 논의 구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낙태 합법화를 통해 의료인이 제대로 훈련받고 임신 초기에 낙태할 수 있도록 해 여성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 측 참고인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낙태 자유는 예외적 허용한계를 통해 결정되므로 낙태를 처벌하는 조항 자체는 위헌이라 볼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낙태의 예외적인 허용한계를 규정하고 있는 모자보건법은 허용한계가 지나치게 좁아 임신 초기(12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는 등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2년 8월 낙태죄를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재판관 의견은 4대4로 팽팽히 맞섰으나 위헌 정족수인 6명을 채우지 못했다. 헌재는 당시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하면서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 경우 낙태가 만연하게 될 점을 우려했다.
반대 의견을 표한 재판관들은 “태아는 모체에 의존하고 있는 불완전한 생명이며 임신과 출산은 모(母)의 책임 하에 대부분이 이뤄지므로 임신기간 중 일정 시점까지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날 공개변론 내용 등을 검토해 낙태죄 위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