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옵션은 홍보 수단 중 하나...집착 말아야
브랜드·설계·사업지원에 가치 둬야 더 이익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지난달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수천억원대 무상옵션을 조합원에게 제공한다고 한 뒤 공사비에 슬쩍 포함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건설부동산부 이동훈차장> |
국토교통부가 적발한 사례는 이렇다. 현대건설은 작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 수주 당시 5026억원 규모의 무상옵션 비용을 공사비(2조6363억원)에 끼워 넣었다. 대림산업은 서초 신동아 아파트에 232억원, 방배6구역에 109억원을 공사비에 중복으로 청구했다. 대우건설도 신반포15차 수주전에 56억원 규모의 무상옵션을 공사비에 넣었다.
사실 재건축 사업에서 건설사들이 공짜로 제공하는 옵션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동안 건설사들이 무상옵션에 들어간 비용을 공사비 전체 예산에 대부분 포함했기 때문이다.
주방 TV나 현관 스마트 도어록과 같은 일부 품목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유상옵션의 금액을 높이거나 이윤이 많이 남는 자재를 써 손해 부분을 메우면 그만이다. 무상옵션이 진짜 무상이 아닌 셈이다.
조합원 입장에선 건설사가 내민 제안서를 완전히 믿었다면 다소 억울할 수 있지만 소위 땅 파서 장사할 일 없는 민간기업 입장도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이유는 과열된 경쟁 구조가 원인이다. 무상옵션을 많이 제시할수록 경쟁사보다 조합원에게 혜택을 많이 주는 것처럼 비친다.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준다는 데 싫어할 조합원은 없고 마음이 끌리는 것 또한 당연한 심리다. 이런 면을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이 건설업계의 관행이니 이해해 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건설사들은 더욱 깨끗하고 투명한 재건축 수주 경쟁을 벌이는 자정 노력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 옵션에 놓고도 경쟁이 심한데 본격적인 건설사의 홍보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과거보다 사전 홍보에 대한 규제가 강해졌지만 이를 피해갈 방법은 아직 유효하다.
무엇보다 편법보단 기술력으로 대결하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분위기가 장기적으론 건설사에 더 이익일 수 있다. 재건축 수주 시장이 너무 혼탁하다는 사회적인 시선도 떨쳐내야 한다.
재건축 사업은 건설사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약속의 땅’이다. 지방 주택사업보다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매출 원가율이 85~90%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5000억원짜리 사업에 최소 500억원은 수익으로 남긴다는 말이다. 최근처럼 강남권 투자바람까지 불면 분양 사업을 조기에 끝낼 수 있어 수익성은 더욱 높아진다. 수익률이 예상보다 낮다고 판단하면 발코니 확장비 증액, 설계 변경과 같은 방식으로 이를 채워내는 게 건설업계다.
게다가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는 효과도 쏠쏠하다.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다 보니 유상옵션을 무상으로 홍보하기도 하고, 시공사 선정전부터 조합원을 상대로 사전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친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얘기가 있다. 조합원들도 공짜 점심을 바라기보단 재건축 시공사로 최상의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을 뽑을 필요가 있다. 선물 꾸러미나 돈 봉투를 전하는 기업보단 사업 파트너로 재건축 과정에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이득이 아닐까 싶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