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산유국들이 석유를 팔아 벌어들인 오일달러(petrodollars)가 전 세계 자산시장을 띄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서 주요 산유국의 중앙은행과 연기금이 다시 해외 자산 투자에 나서며 자산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 같은 오일달러의 힘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와 맞먹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미 달러화[사진=로이터 뉴스핌] |
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시간) 최근 유가 상승으로 산유국들이 오일달러를 비축하면서 세계 자산 시장을 북돋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4~2016년 유가 급락기에 감소했던 오일달러가 유가 상승으로 증가하면서 자산 시장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계 은행 JP모건 체이스 앤 코는 지난 20일 보고서에서 “유가 상승이 전 세계 소득 흐름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이것은 2014년과 2016년 사이의 큰 변화를 효과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유가가 배럴당 115달러에 달하던 2014년 중동 등 산유국의 원유 관련 매출이 1조6000억 달러까지 늘었다가 유가가 배럴당 27달러까지 떨어진 2016년에는 8000억 달러 밑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산유국이 벌어들이는 자금이 줄면서 이들의 수입 재화 수요가 감소했을 뿐만이 아니라 이들의 연기금, 중앙은행이 해외 자산을 매입할 여력도 축소했다. 유가가 급락한 2년간 이들의 주식 매입은 1600억 달러, 채권 매입은 800억 달러가량 감소했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그룹 원자재 수석 연구원 역시 유가 상승이 세계 자산 수요에 부정적이지 않다고 본다. 그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그것이 해를 끼치기 전에 정말 높은 가격에 도달해야 한다”면서 “지난 15년간 높은 유가는 전 세계의 저축 과잉으로 이어졌고 오일달러는 대출됐으며 수요 증가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스(Barclays)는 오일달러의 재투자가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와 유사한 규모로 유동성을 공급과 같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15년 유가 하락으로 오일달러가 감소하면서 전 세계에서 한 해 4000억 달러 규모의 금융 자산 수요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오일달러의 재투자 규모는 아직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유가 상승에도 아직 외환보유액이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았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