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작위적이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 무심하게 다가와 사정없이 울린다. ‘덕구’가 올봄 또 한 편의 ‘착한 영화’ 탄생을 알렸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 메가박스에서는 영화 ‘덕구’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기자간담회에는 메가폰을 잡은 방수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순재, 정지훈, 박지윤이 참석,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덕구’는 어린 손자와 사는 할배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되면서 세상에 남겨질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이야기.
이날 방수인 감독은 “우리 영화는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 뻔하다. 그래서 만들 때도 채우는 것보다 비워내는 작업이 어려웠다”며 “살면서 아이, 외국인, 노인 등 약자를 보호하고 지키는 게 어른의 의무다. 근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당연한데도 당연시되지 않는 세상,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가족애도 마찬가지다. 그걸 그려보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덕구 할배 역은 연기 경력 62년의 베테랑 이순재가 맡았다. 이순재는 “1965년부터 영화를 100여 편 했더라. 단역부터 주연, 악역부터 멜로까지 다 해봤다. 난 작품과 배경이 마음에 들어야 한다. ‘덕구’는 소박하면서도 친숙했다. 요즘 앞뒤가 안맞거나 작위적인 영화가 많은데 이건 잔잔하면서 일상적인 정서를 따라갔고 사랑이 담겨있더라. 또 모처럼 제가 90% 담당하는 영화라 두말없이 한다고 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유난히 아역 배우들과 호흡이 많았던 것과 관련, “안성기가 중학교 1학년 때, 이승연은 5살, 윤유선은 6살 때 같이 했다”며 “덕구는 상당히 어려운 역할이었다. 근데 역시 잘했다. 작품과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표현했더라. 덕희는 대사는 몇 마디 없지만, 사이사이 감정이 적절하고 깨끗하다. 두 아역이 진솔하게 잘했다. 그래서 나도 편했다”고 밝혔다.
이순재가 칭찬을 아끼지 않은 아역 배우는 정지훈과 박지윤. 먼저 덕구 역의 정지훈은 “할아버지와 이별하는 장면에서 많이 길었다. 또 즐거운 신도 있고 슬픈 신도 있어서 감정을 이어가기가 힘들었다. 근데 감독님이 ‘지금 할아버지를 잡지 않으면 할아버지가 쓸쓸히 죽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감정 이입이 돼서 연기가 잘됐다. 엄마랑 할아버지가 보고 싶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덕구의 동생 덕희로 분한 박지윤은 촬영 당시 무엇이 가장 어렵고 재밌었느냐는 질문에 “썰매처럼 내려가는 장면이 무서웠다. 재밌기도 했는데 어려웠다. 재밌는 건 목욕탕에서 덕구 오빠와 잠수했던 것”이라고 순수한 답변을 내놔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영화 전반에 다문화가정 소스를 녹인 것에 대해서는 다시 방수인 감독이 입을 열었다. 방 감독은 “대학교 때 학교 앞 중국집에서 동갑 필리핀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를 통해서 안성 이주민들과 친하게 지냈다. 그때 그 친구들의 꿈은 좋은 한국 남자와 만나서 이곳에 정착하는 거였다. 시간이 지나고 그 친구들이 유교가 뿌리 깊고 인종차별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지낼까 했다. 그 이야기를 좀 쓰다가 그녀들뿐만 아니라 2세들에게도 ‘너희도 다르지 않다’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 단 특별함보다는 우리네 일상처럼 다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순재 역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겠는가 싶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왔다가 핍박받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의 진실한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 감싸고 또 감사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다”고 거들었다.
끝으로 이순재는 “최선을 다했다. 모처럼 따뜻한 소재의 영화다. 좋게 봐달라”고, 방수인 감독은 “영화를 보고 삶이 지치거나 힘들 때 거울 속에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게 가족임을 떠올리면서 만들었다. 잘 봐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덕구’는 내달 5일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