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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칼럼] 대통령이 '시한부 말기' 선고 내린 5년 단임제

기사입력 : 2018년03월26일 14:47

최종수정 : 2018년03월26일 14:48

문 대통령, 오늘 '4년 연임 대통령제' 개헌안 발의
'개헌정국' 속으로..30여년만 권력구조 개편 논의
5년마다 '폐기 처분' 정책 속출..장기 비전 세워야

[뉴스핌=이준혁 정치부장] “드러내놓고 말은 못해도 아마 여당 의원 상당수가 대통령제를 반대할 겁니다.”

최근 만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한 의원은 “청와대와 국회가 기(氣) 싸움을 하면서 서로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쥐려고만 하는데, 나라가 어디로 가겠냐”고 혀를 찼다.

        이준혁 정치부장

그는 여당인 민주당이 금뱃지를 달아준 비례대표 의원이다. 수십년간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친 경제통이기도 했다. 그래도 여당인데, ‘대통령제’를 달갑지 않게 비판하니 생소했다.

그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협력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려면 의원내각제를 생각해볼 때가 된 것 같다”며 “더 이상 대통령 한사람에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현행 대통령제의 최대 단점으로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할 정부 정책과 맞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정권이 교체되면 이전 정부에 대한 ‘지우기 작업’이 진행된다”면서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원까지 모조리 바뀌는 게 우리 역사의 스토리 아니냐”고 핏대를 세웠다. 반박할 말이 없었다.

실상이니까. 전임 대통령의 정책은 언제나 지나간 정책일 뿐이다. “새 부대엔 새 술을 담는다”는 말이 행정부의 훈시가 된지 오래다.

단임제 대통령의 힘 없는 정책...정권 '흥망성쇠' 따라 정책도 단명

참여정부 마지막 해에 발표된 복지정책 ‘비전2030’은 이명박 정부 초기에 자취를 감췄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하이라이트를 받았던 ‘녹색경제’도 박근혜 정부 들어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박근혜 정부는 어떤가. 불과 몇년전, 구호도 화려했던 ‘창조경제’를 기억하는 사람이 지금 몇이나 될까.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 수사와 국정농단의 수레바퀴 아래 구시대의 유물처럼 묻혀졌다.

국가정책의 패러다임이 단명하면서 정부 부처마다 정권에 맞는 옷을 갈아입는 공무원들이 속출했다. 그러면 여론은 공무원들을 “영혼이 없다”고 몰아세웠다.

중장기적인 정부 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한계, 공무원들을 ‘영혼 없는 족속’으로 만든 환경은 모두 대통령 단임제(單任制)의 영향이 크다.

사실 대통령제의 최대 장점은 수직적 전달 체계에 따른 강력한 리더십이다.

통상 임기 2년차까지는 여당이 당적을 가진 대통령과 손발을 맞춘다. 하지만 대개 3년차에 접어들면, 정부 정책과 여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박자를 내기 시작한다. 대통령이 정부 정책을 추진하면서 더 이상 여당에 일일이 알리거나 손을 내밀지 않기 때문이다.

여당도 고무신 거꾸로 신기는 마찬가지다. 각종 선거에서 성과를 올려야 하는 여당으로선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 유권자 표심을 흔들 정책을 고집하게 된다. 행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되는 셈이다.

지난 1월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

정권 바뀌면 옷 갈아입는 공직사회.."20~30년 내다보는 정책 나오겠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각자 갈 길을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1987년 6.29선언으로 탄생한 5년 단임 대통령제의 첫 주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모두 임기말 여당을 탈당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당적을 가졌던 한나라당이 사라졌다. 새누리당으로 당명이 바뀌면서 자연스레 여당과 거리가 멀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 이후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바뀌었고, 결국 타의(홍준표 대표)에 의해 당적이 지워졌다.

5년 단임제 아래선 대통령과 여당이 줄을 동여 메고 뛰는 ‘2인 3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이쯤 되니 여당 내에서도 단임 대통령제를 믿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고 의원내각제가 정답이라고 꼭 집어서 단정 짓기도 어렵다. 과거 제2공화국 장면 내각의 후유증 때문이다. 국민들은 배가 산으로 가는 모습을 목도했다. 또 정파나 계파 수장이 패거리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의원내각제는 지나간 현대 정치사 속에서 아직도 볼모로 사로잡혀 있는 제도나 마찬가지다. 자유롭지 못하다.

한편으로 대통령제의 폐단 속에서도 연임제나 중임제가 보완적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되고, 정권의 재신임 여부를 국민이 직접 물을 수 있어서다.

TV채널 돌리듯 개헌안 훑어보지 말길...미래를 만들 시간을 투자해야

분명한 것은 ‘단임제 대통령’이 또 나온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부의 색깔을 지우고 폐기 처분되는 비운의 정책들이 끝없이 양산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이 꺼내놓은 ‘4년 연임 대통령제’ 개헌안을 조금이라도 더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주변을 둘러보자. 유래 없는 취업 빙하기다. 극심한 실업난에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명을 겨우 턱걸이했다.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업자도 126만명이나 된다. 실업자 셋 중 한명은 청년 백수다. 장래희망을 꿈꿔야 할 청년층에게 미래가 없어지고 있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나라 전체를 뜨겁게 달굴 태세이지만, 경제는 차갑게 식고 있다. 이미 일본식 장기 침체의 늪에 한 발 걸쳤다는 적신호가 이곳 저곳에서 켜지고 있다. 하지만 '재깍 재깍' 초침과 분침이 돌아가는 ‘5년 단임’이라는 초시계를 앞에 둔 대통령이 과연 5년, 10년 뒤를 내다볼 수 있겠는가.

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의 재건을 이끌었던 샤를 드골 대통령은 후임자에게 “지도자는 먼 미래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사람이다. 시간에게 시간을 주라. 긴 호흡으로,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꿈을 꾸라”고 조언했다.

야마오카 소하치가 17년 동안 신문에 연재한 일본의 대하소설 ‘대망(원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선 이런 구절이 나온다. “정치란 다음 세대에 무엇을 물려줄까를 끊임없이 살피고 고민해야 하는 고통스럽고 지난한 작업이다”.

지금 이 시대에 없는 미래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 문 대통령이 전문까지 공개한 개헌안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살펴보았으면 한다. 정치 분야의 미래는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됐을 뿐이고, 정착되려면 아마 수십년이 걸릴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긴 호흡이 필요한 시절이다.

대통령 개헌안 전문 파일

[뉴스핌 Newspim] 이준혁 정치부장(jh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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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李정부 국정 5개년 책자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채영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담긴 책자가 발간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날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에는 123대 국정과제에 대한 주요 내용과 구체적인 입법 방향 등이 담겼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3 photo@newspim.com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1호 과제로 발표한 개헌에는 대통령 권력 구조 개편도 포함됐다.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중립성 요구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 전문 수록과 검찰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안전권 등 기본권 강화 및 확대,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기구 신설, 행정수도 명문화 등이 개헌 과제로 포함됐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도 추진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재외국민 투표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국민투표법 위헌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개헌 찬반 투표는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국회의원 선거 때 실시하겠다고 명시했다. [서울=뉴스핌]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 2025.8.20 ycy1486@newspim.com 이번 책자에는 국정기획위가 지난 13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공개한 123대 국정과제보다 훨씬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당초 국정위는 이날 국정운영 5개년 계획도 공개하려 했다가, 돌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결정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위 소속으로 활동했던 한 위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갑자기 보안을 강조하면서 내부 자료는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유는 모른다"고 전했다.  ycy1486@newspim.com 2025-08-2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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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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