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책으로 2년 전 도입..사업성은 ‘글쎄’
1회 충전 고작 130km 주행..충전시간 1시간 넘어
겨울철 배터리 빨리 고갈 “히터도 못 튼다”
2025년까지 전기택시 4만대 도입 '어쩌나'
[뉴스핌=박진범 기자] “삐익~ 죄송합니다 손님, 전기가 없어 당장 내리셔야 합니다. 이럴지도 모르는 택시를 누가 타겠어요.”
서울에서 2년 넘게 ‘파란택시’를 몰아온 A(64)씨는 전기택시의 사업성을 묻는 말에 한숨만 쉬었다.
‘파란택시’는 서울시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2년 전부터 도입한 친환경전기택시다. 시범도입 10대를 시작으로 증차를 거쳐 현재 총 60대가 운행 중이다.
매연이 나오지 않아 미세먼지 저감효과에 장점이 있고 소음공해도 일으키지 않는다. 또 전기차 특성상 출발시 초반 가속력이 좋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20일 서울 성동구 택시회사서 충전 중인 친환경전기택시 <사진=박진범 기자> |
배터리 문제다. 전기택시 1회 충전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고작 130km에 불과하다. 1회 주유시 400~500km를 달릴 수 있는 일반 택시에 비해 1/4 수준이다.
현장 택시기사들은 “하루에도 3~4번 충전소를 찾아 다녀야 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전기차충전소도 일반 주유소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해 충전소를 찾느라 곤혹스러운 경우도 많다고 한다.
최근 1회 충전시 주행 거리를 늘린 개선형이 도입되긴 했지만 여전히 200km 안팎에 그친다. 적어도 300~400km 달릴 수 있어야한다는게 택시기사들의 입장이다.
겨울철에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전기차의 특성상 기온이 떨어지면 배터리가 빨리 방전된다. 이마저도 실내 난방을 틀면 배터리가 남아나질 않는다. 현재 보급된 전기택시는 난방시 사용되는 전기와 주행시 필요한 전기가 일원화된 구형 모델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직접 바지를 걷어 겹겹이 입은 내복을 보여준 A씨는 “겨울철에는 90~100km 밖에 못 가는데, 히터를 틀면 60~70km를 겨우 간다”며 “냉장고를 타는 것 같다. 손님이 탔을 때만 히터를 틀고 내리시면 바로 끈다”고 답답해 했다.
20일 서울 성동구 택시회사서 충전 중인 친환경전기택시 <사진=박진범 기자> |
충전시간도 문제다. 한 번 완충시 소요 시간은 1시간 10분여. 손님이 많은 시간에도 충전하느라 시간을 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베테랑 택시기사 B(55)씨는 "업계 사정을 감안하면 한 명이라도 손님을 더 태워야하는데 이런 형편없는 차를 줘놓고 어떻게 영업하라는 거냐"며 언성을 높였다.
현재 전국에는 전기택시 300여 대가 운행 중이다. 서울시는 당장 올해 내에 100대 공급하고, 오는 2025년까지 전기택시 4만대 보급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전기택시는 3연임을 노리는 박원순 시장의 야심작 중 하나이다.
[뉴스핌 Newspim] 박진범 기자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