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현경 기자] 스피커로 거대한 탑을 세웠다. 만만치 않은 타워를 보면서 입이 떡 벌어지는 가운데, 다양한 말소리에 혼란스럽기도 하다. 김승영이 '타워'를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영상, 설치, 사운드 아트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품을 내놓는 김승영 작가가 이번엔 강릉에 '타워'를 지었다. 강원국제비엔날레에 최초로 공개한 그의 작품 '타워'는 창세기 11장에 등장하는 바벨탑에 대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바벨탑 신화는 온 땅의 언어와 말이 하나였다가 사람들의 마음과 언어가 혼잡해짐에 따라 각자 흩어지고 도시를 만들어 살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타워'의 구상은 그가 뉴욕에서 작업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999년 뉴욕현대미술관 PS1 레지던시에 머물렀다. 다양한 언어가 존재하고, 여러 인종이 모인 뉴욕에서 그는 소통에 힘겨움을 느꼈다. 다른 언어와 다른 문화, 그리고 각자 다른 욕망을 가진 사람들 틈에서 그는 미의식을 새로 적립했다. 타자와의 소통에 천착하도록하는 결정적 계기였다.
"뉴욕에 1년간 레지던스에 머물렀어요. 뉴욕은 다양한 문화, 인종, 민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죠. 이방인으로 살면서 언어의 장벽에 부딪힌 순간이 많았어요. 언어가 다르니 소통이 불가능하더라고요. 언어가 다르면 문화도 달라집니다. 그러니 각양각색의 삶으로 이어지죠. 언어의 다양성으로 생긴 소통의 어려움을 '타워'에 녹였습니다."
실제로 작품에 다가서면 말소리가 흘러나온다. 영어, 불어, 한국어, 독일어, 포르투칼어 등 약 8개국의 언어다. 누군가에게는 소음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소통의 장일 수도 있다. 받아들이는 건 보는 이의 몫이다.
"사운드는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길 바랐어요. 시끄러우면서도 조용할 겁니다. 바닥에서는 '우웅'거리는 느낌이 나는데, 이것은 또 자극적으로 느껴지길 바랐습니다. 아마 보는 사람에 따라, 듣는 사람에 따라 느낌은 다를거예요."
그는 직접 스피커와 벽돌을 직접 주워 작품에 썼다. 17년 정도 쓰다 버려진 스피커도 있다. 그가 세운 '타워'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 가고 있는 현장을 그대로 비엔날레에 옮긴 것이다.
"스피커를 쓴 사람, 만든 사람도 다릅니다. 재료를 만든 사람도 다를 거고요. 이렇게 다양하게 각자의 모습대로 살아가는게 지금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양성의 출발점은 문화가 바탕이 되겠죠. 문화의 발달은 인간의 욕망을 끌어냈습니다. 욕망을 건드리면서 혼란이 야기됐고요. 결국, 갈라진 언어가 갈등을 야기한거로 볼 수 있습니다. 언어가 다양해지면서 우리는 저마다 다른 국가와 민족, 문화를 갖게 되었으니까요."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사진 강원국제비엔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