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적 청탁'에 대한 법리공방 치열
"여론재판 아닌 법과 원칙에 따른 판결내려야"
[뉴스핌=백진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내달 5일 내려진다. 세달간 진행된 항소심은 총 17차례 공판이 열렸고, 특검과 변호인단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관건은 이 부회장이 명시적으로 대통령에게 청탁한 것은 없다면서도 포괄적인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어떻게 결론을 내릴 것인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핵심 쟁점은 세가지 정도다. '이 부회장에게 인위적 승계작업이 필요했나'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사이에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는 대가로 정유라 승마를 지원한다는 합의 존재 여부' '삼성은 뇌물로써 정유라에게 말을 사 준 것인가' 등이다.
논란은 세가지 쟁점에 대해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이에 1심 재판부 역시 '명시적 청탁'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묵시적'이라는 용어를 선택해 유죄를 선고했다. 직접적으로 부탁을 하지는 않았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 대통령이 힘을 써줄 것이라고 양측 모두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선 승계작업의 존재 여부를 보면 이를 입증할 증거는 없다. 특검은 삼성 미래전략실을 두번 압수수색했지만 이와 관련된 내부 문서나 보고서를 찾지 못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측은 "인위적 승계작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증거가 있을 리 없다"는 주장이다.
삼성측은 "이 부회장은 승계 이후에도 현재의 지분구조 하에서 이건희 회장과 동등한 수준의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인위적인 승계작업을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 독대를 한 것을 놓고 그 자리에서 청탁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 역시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 변호인측은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단독면담의 정황들은 오히려 원심 판단과 반대 방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차 단독면담은 5분도 되지 않았고, 2차와 3차 면담에서는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아 도움을 청탁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특검은 최근 이 부회장과 대통령의 처음 만난 시점에 대해 2014년 9월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이 아니라 사흘전인 2014년 9월12일 안가에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공소장에 추가하기 위해 공소장을 변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부회장 변호인단과 삼성측은 당사자들의 기억도 없고, 내부 자료 등에도 그런 흔적이 없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쟁점은 '말의 소유권'이다. 이는 1심 재판 초기부터 논란이 됐던 사항으로 삼성은 정유라에게 말을 빌려준 것이지 준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서원(최순실)도 법정에서 '마필의 소유권은 계약에 따라 당연히 삼성전자에게 있는 것'이라는 증언을 이어갔다. 최 씨는 "계약서에도 말 소유권은 삼성에게 있다고 돼 있다"며 "(엄격한) 독일법에 따라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코어스포츠와의 용역계약서, 말을 자산으로 등록한 삼성전자 회계장부, 마필중개상 안드레아스와 작성합 마필 소유권 확인서 등 법적 효력을 갖는 문건들을 보면 해당 말의 소유권은 삼성전자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해당 마필을 국내에 들여와 용인의 승마장에서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구형에 대해서도 논란이 크다. 뇌물을 준 사람을 처벌하는 뇌물공여죄는 최고형이 징역 5년이다. 뇌물을 받은 사람은 최고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다. 뇌물을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을 더 엄벌하라는 취지다. 그럼에도 특검은 이 부회장에 1심과 2심 모두 징역12년을 구형했다. 1차 구속영장 청구 당시 혐의사실에도 없던 재산국외도피죄를 들어 12년의 중형을 구형한 것이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원심 재판부가 '정경유착을 끊기 위해 재벌을 처벌해야 한다'는 정치적 요구에 휘둘려 법정증거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외면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며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돼서도 안되겠지만, 피고인이 재벌 총수라고 해서 이중잣대를 적용해서도 안된다"고 항소심 재판부의 법과 원칙에 따른 판결을 기대했다.
[뉴스핌 Newspim] 백진엽 기자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