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줄자+데이터 관리 소프트웨어' 모델로 B2B 공략
길이를 재는 새로운 방식... '의류 착용 시뮬레이션'도 개발
[ 뉴스핌=성상우 기자 ] 지난 2016년, 직원 5명 스타트업에 전 세계에서 1만명이 넘는 투자자가 몰렸다. 출범한지 5개월밖에 안된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135만달러(약 15억원). 이전까지 크라운드 퍼딩을 진행한 전 세계 창업 기업 중 상위 0.4% 이내에 드는 실적이다.
이 회사는 '스마트 줄자'를 만드는 베이글랩스다. 지난 2016년 1월 설립한 베이글랩스는 굴리기만 하면 길이가 측정되는 스마트 줄자로 그해 6월 진행된 미국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한달만에 15억원을 끌어모았다.
그밖에도 '한·중 청년혁신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 LA에서 열린 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19개 기업 중 1위, '도전 K-스타트업'에서 대통령상 등 각종 창업 관련 트로피를 창업 1년도 안돼 휩쓸었다. 그 해 베이글랩스는 전 세계 100여개 국가의 의류 및 헬스케어 업체에 베이글을 3만여대 판매, 약 21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스마트 줄자'는 길이를 디지털 방식으로 측정할 수 있게 한 기기다. 줄을 빼서 측정 대상에 대기만 하면 측정값이 기기 화면에 숫자로 나온다.
줄자로 길이를 재고 이 숫자를 손으로 기입한 뒤 다시 줄자를 들어 길이를 재는 과정을 반복한 뒤 측정 값들을 다시 재정리해야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모두 없애버린 것.
굴리기만 해도 굴린만큼 길이값이 표시되고, 레이저를 발사해 30m까지 자동 길이 측정도 가능하다.
측정한 길이는 스마트폰 앱과 전용 PC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의류 수백벌의 사이즈를 측정하는 등 대량으로 길이 측정을 하는 기업 단위의 작업장에선 이 측정값들이 자동으로 정리 및 분류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제품 라인업은 일반용 '베이글라이트'와 건축용 '베이글스퀘어' 두 종류다. 두 제품 다 한 손에 들어오는 가로와 세로 각각 10cm 이내의 크기로, 겉으로 보기엔 일반 줄자와 다를 바 없지만 '길이 측정'을 기본 업무로 삼는 많은 업종의 수작업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설명이다.
베이글랩스 창업자인 박수홍 대표는 "패션·헬스케어·건축 등 많이 분야에서 길이 측정 작업을 효율화시키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서 "길이 측정뿐만 아니라 고객 신체 사이즈 등 측정된 '길이 데이터'를 얻으려는 기업도 늘어나면서 데이터 확보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창업 전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기계공학과 응용수학을 전공하고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과정을 마친 뒤 지난 2011년 국내 한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4년만에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공학 전공자로서 학교와 기업에서 장기간 연구 및 실험 장비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줄자로 길이를 재고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과정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던 중 '스마트 줄자'라는 창업 아이템을 구상한 것.
박 대표는 "스마트 워치(시계), 스마트 체중계, 스마트 온도계 등 측정계들이 대부분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됐지만 유독 길이를 재는 줄자만 아날로그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을 가졌다"면서 "스마트 줄자를 통해 길이 측정 작업을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고, 공간 및 신체 사이즈 등 측정된 결과값들로 다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매개물로서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글랩스가 개발한 스마트줄자 '베이글라이트' <사진=베이글랩스> |
그의 말처럼 스마트 줄자는 이미 '길이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디바이스로서 스마트 줄자뿐만 아니라 측정된 길이값을 저장·분류한 뒤 재가공 또는 검색을 통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도 함께 공급하는 기업간 비즈니스(B2B) 모델을 내놨다.
'디지털 길이 측정'을 기반으로 한 '의류 착용 시뮬레이션'도 개발했다. 의류 매장 방문객이 옷을 고르면 스마트줄자로 신체 사이즈를 측정 한 뒤 해당 옷이 방문객에게 어느 정도로 잘 맞는지 시뮬레이션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고른 옷을 일일이 입어봐야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파주 롯데 프리미엄아울렛의 의류 매장에서 시범 서비스를 마쳤고,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막바지 개발 중이다.
박 대표의 최종 목표는 전 세계 모든 가정에 스마트 줄자를 하나씩 배치하는 것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판매를 동시에 전개하고 패션·건축·헬스케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군에서 스마트 줄자를 유용한 툴로 받아들이고 있기에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5년 뒤 매출 5000억원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전 산업군에 제공함으로써 단순한 줄자가 아니라 모든 길이 관련 빅데이터 제공 기업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뉴스핌 Newspim] 성상우 기자 (swseong@newspim.com)